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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벽제스필드… 경찰 야구단의 마지막 홈 경기

중앙일보

입력

30일 경기도 고양 경찰야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홈 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경찰 야구단 선수들.

30일 경기도 고양 경찰야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홈 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경찰 야구단 선수들.

"충성!"
30일 프로야구 퓨처스 리그(2군) 경찰청과 두산의 경기가 열린 경기도 고양 경찰야구장. 8-5로 승리한 경찰 야구단 선수들은 어색한 거수경계로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 곳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 창단한 경찰 야구단은 2006년부터 14시즌 동안 2군 리그에서 활동했다. 선수들의 병역을 위해 KBO는 경찰의 도움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경기에 나서고, KBO는 해마다 운영비(연평균 약 15억원)를 지원했다. 첫 3년간은 선수가 부족해 북부리그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2009년과 2010년엔 2위, 그리고 2011년부터는 8년 연속 우승까지 차지했다.

30일 경기도 고양 경찰야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홈 경기를 지켜보는 유승안 감독.

30일 경기도 고양 경찰야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홈 경기를 지켜보는 유승안 감독.

성적보다 더 의미있는 건 야구 유망주들의 요람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최형우(KIA)·손승락·민병헌(이상 롯데)·양의지·원종현(이상 NC)·우규민(삼성)·허경민·정수빈·장원준(두산)·최재훈(한화)·이대은(KT) 등이 경찰 야구단 출신이다. 특히 최형우는 삼성 방출 뒤 경찰청에서 기량을 인정받아 재입단했고, FA 총액 100억원이 넘는 스타로 성장했다.

그런 경찰 야구단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7월 10일 충남 서산에서 열리는 한화 2군과의 경기가 마지막이다. 선수들이 전역하는 8월엔 팀이 해체된다. 정부의 의무경찰 축소 및 폐지(2022년 예정) 계획 때문이다. KBO와 야구계는 경찰 야구단 존속 및 기간 연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병역의 의무가 중요하고 형평성이 중요하다는 건 공감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기량 유지란 측면에서 경찰 야구단에 사라지는 건 야구계의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30일 경기도 고양 경찰야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홈 경기 기념구

30일 경기도 고양 경찰야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홈 경기 기념구

서울지방경찰청 수련원이 있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에 위치한 경찰 야구단 홈 구장은 벽제구장이란 명칭으로 자주 불렸다. 또 '한국의 쿠어스필드', '벽제 쿠어스'란 별칭도 얻었다. 고지대에 위치한 콜로라도 로키스 홈구장 '쿠어스필드'처럼 홈런이 자주 나와서였다. 처음 경찰 야구장은 좌우 91m, 중앙 105m 크기로 만들어졌다. 이후 좌우 98m, 중앙 113m로 조금 늘어났지만 다른 구장들에 비해 홈런이 많이 나와 2군리그 홈런왕도 여럿 배출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총 4개의 홈런이 나왔다. 벽제구장 최후의 홈런타자는 두산 포수 신민철이었다. 승리는 천원석, 세이브는 임대한이 기록했다.

선수단만 아쉬웠던 건 아니었다. 그동안 경찰 야구단 관리 주체였던 KBO 관계자들도 안타까움을 크게 드러냈다. 특히 이날 경기를 기록한 장준봉 기록원은 데뷔전이 2012년 4월 10일 벽제에서 열린 경찰과 상무의 경기였다. 2012년 입사해 1군 150경기, 2군 668경기를 기록한 그는 "군 팀끼리 대결이라 나름대로 2군에선 빅매치다. 굉장히 떨었던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올해 경찰 개막전도 맡았던 장 기록원은 "장원준 선수가 직접 전광판을 조작한 게 기억난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사라져서 아쉽고, 나름대로 유망주였다가 사라진 선수들도 생각이 난다"고 했다.

30일 경찰 야구단 마지막 홈경기 기록지를 든 장준봉 기록원.

30일 경찰 야구단 마지막 홈경기 기록지를 든 장준봉 기록원.

이날 경기장엔 100여명의 관객들이 찾았다. 경찰청 선수들은 전역을 앞둔 탓인지 기쁨 반, 아쉬움 반의 모습이었다. 김태군은 "군 생활을 하면서 야구를 셰속 할 수 있어 좋았다. 한편으로는 후배들이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선수단은 경기 뒤에도 곧바로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고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서로 "수고했다"는 말도 나눴다. 강석천 두산 2군 감독과 조웅천 코치도 유승안 감독을 찾아와 인사를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몇몇 팬들은 야구장을 돌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2009년부터 팀을 이끈 유승안 감독은 "200여 명의 선수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비록 경찰 야구단은 사라지지만 훌륭한 선수들을 키웠다는 기억이 남길 바란다"고 아쉬워했다. 경찰청은 없어지지만 기록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KBO는 경찰 야구장 시설물과 경기구 등을 아카이브에 보관할 예정이다.

고양=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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