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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이어 조국까지…"文대통령 원하면 아무도 반대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을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을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대통령 입에서 윤석열 이름 세 글자가 나오면 거기서 끝나는 겁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과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순간 정부 내부의 찬반 논란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이 이견을 낼지라도 대통령이 점찍은 사람을 반대하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도 "인사라는 측면에서 문 대통령의 고집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센 편"이라고 평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문무일 검찰총장,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문무일 검찰총장,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자 지명에 이어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설까지 거론되며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후배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즉각 사표를 내던 선배 검사들의 고심이 길어지고 여당 내부에서도 비공개적으로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직행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언론 오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던 조 수석이 법무장관설은 부정하지 않고 있어 임명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가운데서다.

"스스로 검찰 인사 원칙 무너뜨린 청와대"

청와대는 2년 전 윤 후보자를 중앙지검장에 임명하며 "중앙지검장이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이후 총장 임명권자(대통령)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있어 검사장급으로 환원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불린 중앙지검장의 급을 낮춰 정치적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청와대가 세운 인사원칙을 청와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당시 대구고검에 있던 윤석열을 바로 고검장에 임명할 수 없으니 급한 마음에 만들어낸 발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정상명 위원장(오른쪽 첫번째)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정상명 위원장(오른쪽 첫번째)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 윤 후보자의 '특수관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 위원장이 윤 후보자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을 뿐 아니라 재직 당시에도 윤 후보자를 매우 아꼈다는 것이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이 후보자를 찍어놓고 법무부에서 이를 무리 없이 수행할 위원장을 임명한 것"이라 분석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윤 후보자 지명을 위해 다른 선배 검사들이 들러리를 선 것"이란 말이 나왔다.

조국 장관 임명 "수사권 조정과 검찰 공정성 모두 도움 안 돼"

조국 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벌써 강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조 수석의 장관행은 수사권 조정은 물론이고 검찰의 수사 공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민정수석은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편파성을 가진 최측근 인사"라며 "그런 사람이 공정성이 핵심 가치인 법무장관으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부천지청장 출신의 이완규 변호사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검찰의 수사는 공정해 보여야 한다'는 원칙 자체를 포기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이었던 양홍석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성과를 근거로 조 수석의 장관설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MB 당시 권재진 민정수석→법무장관행에 조국 교수도 반발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이명박 정부 당시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을 비판하던 여당이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판한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법제사법위위원회 의원들은 권 수석의 장관 지명 뒤 공동성명을 내고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은 측근 인사, 회전문 인사에서도 가장 최악의 인사로 규정한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이 공정해야 할 법무장관이 된다면 법치국가의 기본 틀을 흔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당시 야당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권재진 법무장관 재직 당시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이 터졌고, 당시 검찰은 권 장관의 민정라인은 제대로 소환조차 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이후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장석명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검찰의 재조사에서 기소됐다.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검찰은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 시늉만 했다"며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김윤옥 여사와 긴밀한 사적 인연이 있는 그가 장관으로 있는 한 철저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썼다. 김 여사와 어린 시절 10여년을 이웃사촌으로 지낸 권 장관의 이력도 건드렸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1년 8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1년 8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했던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현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저서『블루게이트』에서 당시 수사 검사가 '검사직을 걸고 이 사건의 관련자를 모두 처단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참으로 웃긴 말이었다"고 회고했다.

조국 장관·윤석열 총장 "검찰 인사권 두고 충돌할 것"

조 수석이 법무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윤 후보자와 검찰 인사권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이 총애하지만 검찰 개혁과 인사권에 대한 입장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서다.

조 수석은 '검사는 법무부의 공무원으로 검찰에 인사권을 내줄 수 없다'는 소신을 가졌지만 윤 후보자는 정치권이 검찰을 인사권으로 흔드는 것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도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정부 법안에 윤 후보자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윤 후보자는 댓글수사 당시 좌천된 경험을 제외하곤 검찰에서 모든 요직을 다 경험한 인물"이라며 "검찰에 대한 애정이 강해 선출된 권력인 청와대와 정치권의 통제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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