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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 영화 속 시계와 옷에 숨겨진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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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검정 슈트를 차려입고 외계인 악당을 처리하는 요원들이 돌아왔다. 지난 6월 12일 개봉한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이야기다.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알려졌던 ‘맨 인 블랙 3’ 이후 7년만이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한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한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맨 인 블랙(이하 MIB)은 미국 만화가 로웰 커닝햄이 그린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1997년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이 미국에서 개봉되자마자 빅히트를 쳤다. 현재 상영중인 영화 '알라딘'에서 파란색 '지니'로 등장한 배우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의 버디 무비이자, 엘비스 프레슬리 역시 외계인이었다든지, 가십성 이야기만을 다루는 신문에 사실은 지구를 위협하는 중요한 뉴스가 실려 있다는 등 흥미로운 설정의 SF 코미디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영화는 시리즈에서 파생된 스핀오프물로 제작됐다.
MIB에는 이야기를 이끄는 매력적인 물건이 많이 등장한다. 요원들의 카리스마를 증폭시키는 검정 슈트, 이들의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선글라스와 시계, 불빛으로 기억을 지우는 뉴럴라이저, 무인 드라이빙이 가능한 검정 빈티지 자동차 등이다. 이번 편은 전작들에 비해 흥행 성적은 좋지 않지만 요원들의 용품은 영화의 상징물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특히 패션 아이템들은 스크린 밖 우리들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패션으로 본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시리즈 처음부터 함께한 시계 해밀턴 '벤츄라' #검정 슈트 제작, 출연까지…디자이너 폴 스미스

MIB 요원의 시계: 해밀턴 벤츄라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포스터와 요원의 시계 해밀턴 '벤츄라'. [사진 해밀턴]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포스터와 요원의 시계 해밀턴 '벤츄라'. [사진 해밀턴]

MIB시리즈에서 특별히 관심 가는 물건이 있다. 요원의 시계다. 시리즈 2편에서 캐비닛 속 외계인들이 K요원(타미 리 존슨)의 시계를 광원으로 쓰며 성배처럼 숭배하던 장면이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외계인들은 자신들에게 ‘빛’을 주는 물건의 주인인 K를 ‘신’으로 찬양했다. 평소 무심히 사용하던 물건(시계)이 누군가에게는 신의 물건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설정이 신선하고 재밌어 MIB를 떠올릴 때면 늘 생각나는 장면이다.

영화 '맨 인 블랙 2'에서 외계인들이 요원 K의 시계가 뿜어내는 광원을 신성하게 바라보는 장면이다. [사진 영상 캡처]

영화 '맨 인 블랙 2'에서 외계인들이 요원 K의 시계가 뿜어내는 광원을 신성하게 바라보는 장면이다. [사진 영상 캡처]

'맨 인 블랙2'에 등장했던 해밀턴 '펄사'. [사진 영상 캡처]

'맨 인 블랙2'에 등장했던 해밀턴 '펄사'. [사진 영상 캡처]

이때 사용된 시계는 해밀턴의 디지털 시계 ‘펄사’(Pulsar)다. 둥그런 은색 케이스에 LCD화면, 빨간색 숫자로 시간을 표시하는 형태로 꽤 미래적인 디자인이었다. 이 시계는 1973년 3대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가 영화 ‘007 리브 앤 렛 다이’에서도 차고 나왔다.

1973년 영화 '007 리브 앤 렛 다이'에서 '펄사'를 차고 등장한 배우 로저 무어. [사진 영상 캡처]

1973년 영화 '007 리브 앤 렛 다이'에서 '펄사'를 차고 등장한 배우 로저 무어. [사진 영상 캡처]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요원 시계 해밀턴 '벤츄라'. 옆으로 누인 삼각형 모양의 디자인이 특징이다.[사진 해밀턴]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요원 시계 해밀턴 '벤츄라'. 옆으로 누인 삼각형 모양의 디자인이 특징이다.[사진 해밀턴]

2편부터 시작된 MIB 요원 시계에 대한 애정은 이번 편에 다시 한 번 타올랐다. 여성 요원 M(테사 톰슨)과 새 주인공 H(크리스 헴스워스)가 착용한 시계 ‘벤츄라’ 때문이다. 삼각형을 옆으로 누인 것 같은 케이스 모양에 검정 가죽 스트랩을 달았는데 이 역시 펄사를 만든 해밀턴의 제품이다.
시리즈 1편부터 요원의 시계로 사용된 것으로, 3편에선 조금 더 미래적인 디자인의 ‘벤츄라 XXL 엘비스 워치’ 모델로 바뀌었다가 이번 스핀오프에서 다시 1편에서 사용한 그대로의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57년 처음 출시된 벤츄라는 미래적인 디자인과 세계 최초의 전기 배터리 구동 시계로 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생전 즐겨 찼던 시계로도 유명하다. 2017년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선 아이언 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착용했다.

'벤츄라'는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생전 즐겨 찼던 시계로도 유명하다. [사진 해밀턴]

'벤츄라'는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생전 즐겨 찼던 시계로도 유명하다. [사진 해밀턴]

이 시계를 만든 해밀턴은 할리우드 영화와 관계가 깊다. 지금까지 영화에 시계를 ‘출연’시킨 것만 500여 편이 넘는다. 32년 ‘상하이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인터스텔라’ ‘마션’ ‘어벤저스’ 등 큰 흥행을 거둔 할리우드 영화에 시계를 등장시켰다. 흥미로운 건 이 시계 출연은 모두 광고(PPL)가 아닌, 영화 소품으로 제공됐다는 점이다. 해밀턴은 할리우드 내 상주 직원을 두고 영화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영화에 필요한 시계를 무상 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까다로운 디자인과 기능은 물론이고 긴급한 일정까지도 맞춰주다 보니 영화감독과 소품 감독들이 앞다퉈 찾는다고.

MIB 요원의 슈트: 폴 스미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속 요원들의 슈트는 영국의 대표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제작했다. [사진 폴 스미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속 요원들의 슈트는 영국의 대표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제작했다. [사진 폴 스미스]

MIB요원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검정 슈트다. 3편까지는 슈트에 대한 특별한 이슈가 없었지만, 이번엔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나섰다. 폴 스미스는 영화가 개봉하기 훨씬 전부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주인공 옷을 제작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자신이 직접 영화에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했다. 비밀 기지 입구에 앉아 오래된 타자기를 고치고 있는 백발 노인이 바로 폴 스미스다.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디자이너 폴 스미스. [사진 폴 스미스]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디자이너 폴 스미스. [사진 폴 스미스]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요원 M의 옷을 스케치하는 모습. [사진 폴 스미스]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요원 M의 옷을 스케치하는 모습. [사진 폴 스미스]

그는 영화 의상 감독 페니 로즈와 함께 요원 M과 H의 슈트를 디자인하고 수제 맞춤 방식으로 제작했다. 폴 스미스는 영화 개봉에 맞춰 브랜드의 대표 슈트 라인 ‘어 슈트 투 트래블 인’(A suit to travel in)을 중심으로 MIB요원의 슈트를 포함해 영화 속 캐릭터들을 위트있게 표현한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컬렉션은 검정 슈트 외에도 양말과 셔츠, 영화와 관련된 맨투맨 티셔츠, 카드지갑, 티셔츠 등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선 영화 개봉일인 지난 6월 12일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SI빌리지)에서 단독으로 선보였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해밀턴, 폴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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