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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미·중 분쟁 속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 자유무역 강화해야"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일본 오사카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세션1(주제 : 세계경제, 무역투자)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일본 오사카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세션1(주제 : 세계경제, 무역투자)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축소균형을 향해 치닫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세계 경제와 무역 투자’를 주제로 한 정상회의 제1 세션 발언에서 “최근 IMF(국제통화기금)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들고 있다”며 “자유무역으로 모두가 이익을 얻는 확대균형으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죄수의 딜레마’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결국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 마찰 상황을 염두에 둔 말로 풀이된다.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며 G2로 불리는 양국은 서로에게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통신회사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 등은 ‘미ㆍ중 가운데 선택하라’는 압력에 놓여 있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 양옆에 앉아 데이터 유통과 관련한 사전 세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아베신조 일본 총리 양옆에 앉아 데이터 유통과 관련한 사전 세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9일 예정된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전초전을 치렀다. 이날 공식 세션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가 간 데이터 유통을 자유롭게 하는 내용으로 주재한 ‘정상 특별이벤트’에서다.

이 자리에서 미ㆍ중 정상은 아베 총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간 데이터 유통을 제한하는 것은 무역을 방해하고 프라이버시와 지적재산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통제 국가인 중국을 겨냥했다. 시 주석은 그러자 “각국의 자주적 관리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응수한 뒤 “문을 닫고 발전하거나 인위적으로 시장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받아쳤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사전 세션에 참석하지 않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문이다. 그러나 무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단의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전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1, 2위 교역국으로 모두 중요하다”며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지금의 도전들은 개별국가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G20이 다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미ㆍ중 무역분쟁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일본 오사카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세션1(주제 : 세계경제, 무역투자)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일본 오사카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세션1(주제 : 세계경제, 무역투자)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 대통령 이어 “세계는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저성장이 고착화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넘어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로 가면서 미래 예측조차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무역을 향한 WTO(세계무역기구) 개혁에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질서를 위한 WTO 개혁을 지지하고 G20의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경제를 이끄는 구조가 되면서 WTO의 영향력은 약화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WTO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단체기념촬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19.6.28 /오사카=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단체기념촬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19.6.28 /오사카=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또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IMF가 대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해 위기의 방파제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G20 국가들은 세계경제 하방위험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확장적 재정 운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남방정책’의 핵심국 정상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빈 방한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모디 총리에게 ”나의 형제와도 같은 총리의 총선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국으로서 굳건한 신뢰와 우의를 바탕으로 양국관계를 계속 빠른 속도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는 “11월에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을 맺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와 산업 인프라뿐만 아니라 잠수함과 차세대 전투기 등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 국제컨벤션센터 인텍스오사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 국제컨벤션센터 인텍스오사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남방정책의 핵심은 무역의 다변화”라며 “이는 미ㆍ중간 등 G2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분쟁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것과도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당초 예정에 없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현지에서 일정을 조정해 추가로 회담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협력을 비롯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5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전날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전달한 메시지가 공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회담은 밤 10시 45분에 시작해 자정을 넘기는 심야회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와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뒤늦게 G20 1차 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옆자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와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뒤늦게 G20 1차 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옆자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AP=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9일 오전 '포용 성장'을 주제로 한 제3 세션에서 선도 발언을 한 뒤 G20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귀국 직후에는 1박 2일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오사카=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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