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육수보다 ‘면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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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낮의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갈 정도로 한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렇게 날씨가 더워질 때는 시원한 음식이 당긴다. 냉면·콩국수 등 시원한 국물에 쫄깃쫄깃한 면이 그리워진다. 이처럼 면이 들어간 음식은 육수나 국물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면의 상태가 맛을 좌우한다.

면이 탱글탱글하고 쫄깃해야 혀에 전해지는 촉감과 씹는 맛을 살릴 수 있다. 만약 면이 불어 터져 흐물흐물하다면 아무 맛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냉면·콩국수뿐 아니라 라면·짜장면 등 모든 면이 들어간 음식은 면의 상태가 생명이다. 이럴 때 많이 쓰는 말이 있다. ‘면빨’일까, ‘면발’일까?

탱글탱글 쫄깃쫄깃한 면을 생각하면 어감상 왠지 ‘면빨’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면발’이 맞는 말이다. 발음은 [면빨]로 나지만 적을 때는 ‘면발’이라고 해야 한다. ‘면발’은 국수의 가락을 지칭한다. “면발이 쫄깃쫄깃하다” “면발이 쫀득쫀득하다” 등처럼 사용된다.

요즘은 찍어야 먹은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먹기 전에 뭐든 찍어야 한다. SNS에 올리기 위해서다. 음식과 함께 사람의 얼굴도 잘 나오게 찍어야 한다. 그럼 이는 ‘사진빨’이라 해야 할까, ‘사진발’이라 해야 할까? 이 역시 ‘사진발’로 적어야 한다. 이때의 ‘-발’은 효과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화면발’ ‘카메라발’ ‘화장발’ 모두 ‘-발’로 표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말빨’ ‘끗빨’ 등은 어떻게 될까? 이 또한 ‘말발’ ‘끗발’ 등으로 적어야 한다. 여기서는 ‘-발’이 기세나 힘을 나타낸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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