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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서 화재…두 교사가 참사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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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독자 제공]

2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독자 제공]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불이나 교사 2명이 다치고 학생 백여명이 대피했다. 두 교사는 학생들을 모두 대피시킨 뒤 건물에 남아있다가 뒤늦게 구조됐다.

교사 2명, 학생 대피시킨 뒤 화장실 숨어있다 마지막으로 구조 #교사 11명, 학생 115명 남아 방과후 학습

2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9분 은명초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학교 별관 1층 쓰레기 집하장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작된 불은 주차돼 있던 차에 옮겨붙으며 빠르게 커졌다. 차량 19대를 태운 불길은 주차장 천장을 타고 번져 순식간에 방과후 학습이 이뤄지고 있던 5층까지 닿았다.

당시 학교에는 정규 수업을 마친 뒤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은 귀가하고 교사 11명, 학생 115명이 남아있었다. 불길이 시작된 별관에는 교사 7명과 50여명의 학생이 남아 악기, 미술 수업 등 방과후 학습을 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대형 인명사고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이 난 걸 파악한 교사들은 곧바로 학생을 대피시켰다. 빠른 대처로 학생들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현장에 있던 은평구 주민 A씨는 “’펑’소리가 들리고 순식간에 불이 번졌는데, 얼마 안 가서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전했다. 최규태 은평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평소에 학교에서 소방훈련을 많이 해서 매뉴얼에 따라 빠르게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5층에 있던 권 모(32·여) 씨와 김 모(30·여) 씨 등 교사 2명은 학생을 모두 대피시킨 뒤 화장실에 피신해 있다가 구조대에 의해 마지막으로 구조됐다. 소방 관계자는 “학생을 대피시키다 보니 두 사람은 도망칠 시기를 놓친 것 같다”며 “교사들이 안에 남아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구조대를 투입해 구출했다”고 말했다.

연기를 마신 두 사람은 현재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 정도가 크지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식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길은 신고 4분 만에 도착한 소방대는 오후 4시43분 큰 불길을 잡았고, 5시33분 진화를 마쳤다. 오후 4시7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소방당국은 소방대원 267명과 소방차 80여대를 진화에 투입했다.

학생들이 모여있던 4,5층에는 스프링클러 등 소화 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불길이 닿지 않아 작동은 하지 않았다. 수업이 이뤄지던 교실 1,2곳만 약간 불길에 탔을 뿐 큰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건물은 건축 당시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11층 이상 일반건축물)은 아니었지만 자체적으로 소방시설을 갖췄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은명초는 28일까지 임시휴업한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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