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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60.2%는 "내 집에서 눈 감고 싶다" 실제로는 14.4%만

중앙일보

입력

서울성모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호스피스팀 간호사가 말기 환자의 손을 맞잡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성모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호스피스팀 간호사가 말기 환자의 손을 맞잡고 있다. [중앙포토]

암ㆍ후천성면역결핍증 등 4개 질환의 말기 환자로 한정된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또 병원 대신 내 집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돕는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가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1차 호스피스ㆍ연명의료 종합계획(2019~2023)을  발표했다. 말기 환자는 적극적 치료를 해도 회복할 가능성이 없고, 갈수록 증상이 악화돼 몇 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말한다.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이런 진단을 내려야 말기 환자로 본다.
김기남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말기 환자와 가족은 신체ㆍ심리적 고통뿐 아니라 돌봄 부담도 심하다. 의료ㆍ복지적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국가와 사회의 지원은 아직 미흡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임종기에도 의학적으로 의미 없는 연명의료를 받고, 사망 전 의료비 지출도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말기환자가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는 호스피스 전문병동에 입원해 서비스를 받는 ‘입원형’ 호스피스가 대부분이지만 2020년에는 호스피스팀이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 통증 조절, 심리 지원 등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형’ 호스피스를 도입한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몇 년째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1년에는 응급실이나 일반병동 등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곳에 입원한 환자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자문형’ 서비스가 시작된다. 또 어린이 말기암 환자에 특화된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소아청소년형’ 서비스도 마련된다.

현재 가정형, 자문형 시범사업 기관은 각각 33개, 25개다. 정부는 2023년까지 이들 기관을 각각 60개, 50개로 약 2배 늘릴 계획이다.

국립암센터 연구에 따르면 국민 60.2%는 “집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고 싶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집에서 임종하는 이는 10명 중 1명꼴(2017년 기준 14.4%)에 불과하다. 암 환자는 6.2%만 집에서 숨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항암제 투여 등 연명의료에 매달린다는 얘기다. 나머지는 대부분 병원에서 사망한다.

복지부는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 질환을 단계적으로 늘린다. 지금은 암ㆍ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ㆍ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ㆍ만성간경화 등 4개 질환만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17년 기준 전체 호스피스 대상 질환자 가운데 호스피스를 이용한 사람은 20.2%였고, 대부분 암 환자였다. 김기남 과장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대로 성인은 심혈관질환, 신부전 등 13개 질환, 소아는 8개 질환을 포함하는 등 대상 질환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호스피스 대상으로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증 등 특정 질환 진단명으로 못 박지 않고 만성호흡부전, 만성간부전처럼 질환군으로 더 넓게 잡는다. 김 과장은 “현재는 4개 질환이 명시돼 있는데. 정확한 진단명으로 제시돼 있다 보니 그와 유사한 질환으로 말기 상태인 환자는 호스피스 이용을 못 한다. 질환군으로 정하면 병의 경과에 따라 호스피스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 중 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5.7%에 불과하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ㆍ인공호흡기ㆍ혈액투석ㆍ항암제투여ㆍ체외생명유지술ㆍ수혈ㆍ혈압상승제 투여 등을 말한다. 연명의료 중단 여부는 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는데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싶어해도 입원 중인 병원에 위원회가 없으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다. 복지부는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 198개에 불과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2023년까지 800개로 늘린다. 일선 병원의 위원회 설치를 독려하기 위해 의료기관인증평가, 의료질평가 등 평가지표에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ㆍ위탁 관련 여부를 포함한다. 소규모 의료기관이 공용윤리위원회 협약을 맺으면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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