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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역주행' 예비신부 참변···30년 만에 나타난 친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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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7시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대전방향 65.5㎞ 지점에서 발생한 40대 운전자의 역주행 교통사고를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처리하고 있다(사진 왼쪽). 사진 오른쪽은 유족들이 뉴스1에 공개한 예비신부 A씨의 영정사진. [사진 공주소방서·뉴스1]

지난 4일 오전 7시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대전방향 65.5㎞ 지점에서 발생한 40대 운전자의 역주행 교통사고를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처리하고 있다(사진 왼쪽). 사진 오른쪽은 유족들이 뉴스1에 공개한 예비신부 A씨의 영정사진. [사진 공주소방서·뉴스1]

2019년 6월 22일은 지난 4일 조현병 환자가 몰던 역주행 화물차에 사고가 나 숨진 예비신부 A씨(30)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생애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백년가약을 맺고 축복을 받았을 결혼식 날이다. 이 사건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연락이 끊겼던 A씨 친모가 30년 만에 나타나 보험금을 받으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격 없는 친권은 박탈해주세요.”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A씨 사촌 언니라고 밝힌 B씨는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A씨 친모의 친권을 박탈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청원을 올렸다.

글에 따르면 A씨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부모가 이혼했고, 한 살배기였던 A씨는 고모 집에 맡겨져 자랐다. A씨 친부는 A씨가 5세 때 사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수십 년째 왕래가 전혀 없던 A씨 친모가 이번 달 초 교통사고로 A씨가 숨진 이후 친권을 내세워 사망보험금을 받으려 한다는 게 B씨 주장이다.

B씨는 “사는 게 힘들어서 몇 년 연락이 없을 수도 있다고 치더라도 10년, 20년이 넘으면 친권을 박탈해야 한다. 동생은 친모를 만나기를 거부했고 그림자조차 보지 않으려 했다”며 관련법 개정을 호소했다.

친권 박탈 가능? 보험금은?

[사진 JTBC 방송 캡처]

[사진 JTBC 방송 캡처]

그렇다면 30년 동안 연락이 없던 A씨 친모가 요구한다는 친권과 사망보험금은 실제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선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해 갖는 권리와 의무를 뜻한다. 즉 친모의 친권은 A씨가 성년이 되면서 소멸해 해당 사항이 없다.

유족들은 A씨 친모가 불쑥 나타나 사망보험금을 타려고 하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A씨 친모가 보험금을 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친권과 상속권은 별개의 문제다.

경태현 상속법 전문 변호사는 21일 JTBC와 인터뷰에서 “현행 민법에 의하면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사망할 경우에 배우자나 자녀가 없기 때문에 부모가 상속인이 된다”며 “별도의 유언장이나 보험 계약서상의 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으면 부모의 역할을 하지 않았어도 상속인으로서 권리 주장하는 거는 지금 현행법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법정 상속 순위를 정의하고 있는 민법 제1000조에 따르면 상속의 제1순위는 피상속인의 배우자 혹은 직계비속(자녀)이다. 2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부모)이다. A씨 경우 법적 배우자나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부모가 상속인이 된다. 친부가 이미 사망한 상황에서 친모는 상속인으로서 사망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B씨는 22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친모가 사망보험금을 타러 찾아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상속권은 그 사람의 삶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따라 결정되어야지 낳기만 했다고 상속이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사람의 삶에 대한 보상이 보험금인데 어떻게 기여하지 않은 사람이 권리가 있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4일 오전 7시 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지점에서 발생했다. 조현병 환자가 몰던 라보 화물차가 역주행해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해 어린이와 A씨 등 3명이 숨졌다.

B씨가 올린 청원 글에는 이날 오전 현재 4만900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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