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세장벽 없애는 데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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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2차 협상 개시일인 10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한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左)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환영사를 들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측 수석대표는 10일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번 협상에서는 당초 일정과 달리 구체적인 분야별 개방안(양허안)을 교환하기에 앞서 개방의 틀(frame)과 원칙에 먼저 합의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2차 본협상 첫날인 이날 낮 내외신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협상에 임하는 미국 대표단의 입장과 협상 전망을 설명했다. 그는 시종 다부진 목소리로 분야별 협상 진전사항을 조목조목 밝혔으며, 주요 관심 사안인 자동차.의약품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을 길게 설명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경 설명)

-협상 전망과 미국의 대응방향은.

"2차 협상에서는 분야별 개방안의 틀을 먼저 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합의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9월 3차 협상 때까지 개방안을 교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 (※양국은 당초 2차 협상에서 17개 분야별로 개방(또는 유보) 리스트를 일제히 교환하기로 했었다. 미국은 그러나 이런 일정을 미루고 관세 철폐 단계와 시기, 개방 불가 품목의 비율 등에 관한 원칙을 먼저 확정하자는 것이다. 개방범위에 대해 양측의 입장 차가 아직 크기 때문에 이견 조율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미국 측 주장대로 개방불가 품목의 비율을 먼저 정한 뒤 협상을 벌일 경우 민감 농산물 보호 등에 한국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개성공단의 한국산 원산지 문제는.

"기다리고 있던 질문이다. 한.미 FTA는 미국과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물품에 한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한다."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입장은.

"쌀 문제가 한국에서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 쌀의 한국 수출을 위해 한국 측에 보다 높은 시장접근을 요구하겠다."(※농산물 시장의 강도 높은 개방이 필요하다는 의미임.)

-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입장은.

"교육 분야의 경우 1차 협상 때 밝힌 대로 한국의 의무교육시장 개방에는 관심없지만 인터넷 서비스를 통한 교육, 미국 수학능력평가시험(SAT) 등 테스트 서비스 등에는 관심이 있다. "

-미국 측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 시장이다. 한국은 미국에 매년 80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데 비해 미국 차는 한국에서 4000대밖에 팔리지 않는다. 8%의 관세장벽과 표준.인증.세제 등 각종 비관세 장벽을 없애는 데 협상을 주력할 방침이다. 한국의 신(新)약가책정 정책도 혁신적 신약에 대한 한국의 환자들과 의사들의 접근을 막게 될 것이므로 (이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길 기대한다."

-협상 시한 내에 타결이 가능한가.

"양측 모두 내년 6월 이전의 타결 목표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국회에서 비준을 받고 국내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한 만큼 내용을 희생해가면서까지 협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반(反)FTA 분위기에 대한 견해는.

"오늘 아침 한국 신문을 읽어봤다. 이 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어느 나라나 (개방에 대한) 우려나 불안은 있게 마련이지만 FTA를 통해 얻게 될 이득에 대해 한국 내에서 많은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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