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암 치료 임상시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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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급속한 산업화로 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중국에 서구의 의료기업과 제약사들이 몰리고 있다고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9일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값싸고 질 좋은 연구인력은 물론 암 환자들이 많은 중국이 새로운 치료기법과 신약 개발에 최적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제조업을 무섭게 집어삼키는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이번엔 '세계의 임상시험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암 환자 증가 속도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대기오염 등 환경 악화와 흡연자 증가로 폐암 환자만 연간 34만 명씩 새로 생기고 있으며 앞으로 20년 안에 이 숫자는 세 배로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보건당국은 최근 '암과의 전쟁'을 선포, 서구 업체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중국은 다국적 제약.의료기업들의 협조를 얻어 앞으로 3년간 100만 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유방암 검사와 치료를 할 예정이다. 업체들은 그 대가로 최신 검사.치료 기법을 자유롭게 활용해볼 기회를 얻는다. 이들은 현재 최신 장비인 디지털 유방 촬영기, 초음파 검사기 등을 활용해 방대한 연구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자연히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암 연구를 위해 중국에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일라이 릴리는 이미 중국 현지에서 연구활동에 들어갔다. 중국 내 3개 병원과 공동연구를 벌이고 있는 MD 앤더슨 암센터는 지난달 톈진대학병원과도 협력관계를 맺었다. 최근 중국 암 연구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미국 암협회(ACS)의 존 세프린 대표는 "미국에서 찾지 못한 암 치료의 해법을 중국에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비즈니스위크도 이런 '암과의 전쟁'이 중국과 서구가 모두 이득을 보는 드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난과 열악한 의료시설이라는 중국의 슬픈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베이징 의학대학의 장상원 교수는 줄을 잇는 임상시험 자원자들에 대해 "(그렇게라도 치료받지 않으면)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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