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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길 오른 정정용 “다 왔는데 제 욕심에 틀어져…선수들에 미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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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감독. [연합뉴스]

정정용 감독. [연합뉴스]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끈 정정용(50) 감독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준우승 결과에 대해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정 감독은 16일(현지시간) 오전 폴란드 바르샤바 국제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경기를 마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대표팀은 2019 FIFA U-20 월드컵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FIFA가 주관하는 남자대회에서 한국축구의 역대 최고 성적을 일궜다.

경기 다음 날 한국 행 비행기에 오른 정 감독은 아쉬움에 잠을 못 이뤘다며 "목이 터지라 응원해주신 대한민국 국민에게 감사하고, 고생한 우리 선수들에게는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 식사 자리에 처음으로 참석하지 않은 정 감독은 "선수들을 볼 수가 없었다"며 "버스에 올라타서도 인사만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 얘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 이번 결과에 자책했다. "좀 더 빛날 수 있었을 텐데 선장인 제 욕심으로 인해 거의 도착지에 다 왔는데 방향이 조금 틀어졌던 게 정말 미안하다"며 "선수들은 어차피 감독이 지시한 것에 따를 뿐이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좀 더 효율적으로 했으면 좋을 뻔했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4강까지 6경기 동안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가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 후반 35분에 교체 투입된 이규혁(제주)에 대해서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것 같다"고 밝혔다. 이규혁은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4강까지 출전하지 했다. 정 감독은 "당시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측면에서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타이밍이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결과를 내야겠지만 애들이랑 생활한 지 오래되다 보니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결승이라 뛰고 싶은 선수가 많았을 텐데, 내가 미안한 것은 그 선수들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해 냉철하게 해서 부담을 줄여줬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마지막 떠나고 난 자리의 흔적이 좋아야 하는데 아쉽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 아쉬움이 남지만, 선수들뿐만 아니라 자신도 지도자로서 성장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내가 선택한 부분에서 좋았던 것, 나빴던 것 다 경험했다. 앞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승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대회를 치르며 심해진 편두통으로 귀에 이상이 왔다는 정 감독은 "돌아가면 푹 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내가 한 번에 두 가지를 못 한다. 가정을 챙기면서 축구 한다는 게 쉽지 않다"면서 "요즘 세대들은 일과 가정, 두 가지 다 잘한다더라.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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