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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광고'처럼 홀로그램 교수가 원격수업…한양대의 교육 실험

중앙일보

입력

영국 런던에 있는 손흥민 선수가 화면을 통해 한국의 초등학생에게 실시간으로 축구를 가르쳐주는 국내 통신사 광고. 한양대는 이와 같은 기술을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텔레 프레젠스 강의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광고화면 캡처]

영국 런던에 있는 손흥민 선수가 화면을 통해 한국의 초등학생에게 실시간으로 축구를 가르쳐주는 국내 통신사 광고. 한양대는 이와 같은 기술을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텔레 프레젠스 강의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광고화면 캡처]

초등학생 축구 선수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국의 손흥민 선수와 만나 축구를 배우는 한 통신사 광고가 최근 TV와 인터넷 등에 등장했다. 5G 기술로 멀리 떨어진 사람을 실물 크기로 보며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텔레 프레젠스’(tele-presence·원격 실재)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을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실험이 국내 대학에서 최초로 이뤄지고 있다. 한양대가 올해부터 시작한 텔레 프레젠스 강의다.

지난 4일 오후 한양대 경제금융관의 ‘생활 속의 화학’ 강의실에 학생 30여명이 모였다. 수업이 시작되자 가로 5m, 세로 3m의 화이트보드가 검은 스크린으로 변하더니 화면 가운데 실물 크기의 김민경 화학과 교수가 등장했다. 평면 화면이지만 입체 같은 느낌을 구현해 강의실 앞에 김 교수가 서 있는 것 같았다.

실제 김 교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한양대 스튜디오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홀로그램은 동시에 3개 강의실에 송출됐다. 강의실마다 30여명씩 총 100여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 셈이다. 녹색 배경판 앞에 선 김 교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수소차 안전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 옆에 설치된 화면으로 3개 강의실의 학생들 모습을 살폈다. 학생들은 마이크를 들고 발표를 했다.

이태희 한양대 교육혁신팀장은 “텔레 프레젠스의 관건은 진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실재감”이라며 “스마트글래스 등 여러 기술을 동원해 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을 자체 개발했다”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은 다양한 수업 자료와 영상과도 연결된다. 수업을 진행하던 김 교수가 손에 든 스마트 패드를 조작하자 강의에 필요한 사진과 영상이 등장했다.

 한양대가 텔레 프레젠스 강의로 운영하고 있는 '생활 속의 화학' 수업 현장.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교수의 홀로그램이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남윤서 기자

한양대가 텔레 프레젠스 강의로 운영하고 있는 '생활 속의 화학' 수업 현장.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교수의 홀로그램이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남윤서 기자

텔레 프레젠스 기술은 거리의 한계를 넘어 실시간 수업을 할 수 있게 한다. 이날 강의에서는 실험실에서 대기 중이던 조교의 알긴산나트륨 반응 실험 영상이 나왔다. 김 교수가 “용액을 좀 더 많이 떨어뜨려 달라”고 말하자 조교는 지시대로 실험을 선보였다. 지난주 수업에서는 경기 용인시의 기업연구소를 연결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 대학 ‘베스트 티처’로 선정될 만큼 강의 잘하는 교수로 인기가 높다. 수강 신청이 몰려 100명 이상의 대형 강의가 불가피했지만 텔레 프레젠스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을 3개 강의실에 나눌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그룹별 활동을 하기도 수월하고 단체 채팅방을 쓰면서 질문이나 의사소통이 예전보다 더 활발하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이동훈(전기공학과 3학년)씨는 “정말 교수님이 같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형 강의에서는 손들고 질문하는 게 쑥스럽지만, 이 수업에서는 부담 없이 대화방에서 질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준상(정책학과 3학년)씨는 “수업에서 참여와 토론을 요구하기 때문에 주말마다 예습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스튜디오에서 김민경 교수가 진행하는 수업은 각기 다른 3개 강의실에 동시 송출된다. 남윤서 기자

스튜디오에서 김민경 교수가 진행하는 수업은 각기 다른 3개 강의실에 동시 송출된다. 남윤서 기자

한양대는 2학기부터 인공지능(AI) 관련 강의에도 텔레 프레젠스를 적용하고 서울 본교와 경기도 안산의 ERICA 캠퍼스 동시 수업도 추진한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내년에는 다른 대학들과 연합해 우수 강의를 텔레 프레젠스로 공유할 계획”이라며 “농·산·어촌 중·고생도 눈앞에서 저명한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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