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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왜 20년 넘게 ‘늑대정신’을 추구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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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호 14면

서광원의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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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화웨이는 이른바 ‘늑대정신’으로 고속성장, 이 분야 세계 1위가 된 기업. 그런데 화웨이는 왜 늑대를 경영모델로 삼았을까? 어떤 능력이 있길래 20년 넘게 늑대정신을 표방하고 있을까?

민감한 후각·진취성·팀플레이 모방 #‘하나에 전력을 다해야 생존’ 전략

늑대는 북반구 숲과 초원이 혼합된 지역에 많이 산다. 초원은 넓고, 숲은 은폐·엄폐물로 가득하다. 그래서 발달시킨 게 후각. ‘개코’라는 말이 있듯, 개의 원조인 녀석들은 몇 시간 전 사슴이 숲 속에 남긴 냄새 분자 한두 개만 있어도 사냥감의 상태를 파악, 추격할 수 있다.

하지만 녀석들이 맞서야 하는 상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예를 들어 북미 지역 늑대들은 사슴 두 종과 들소 한 종을 상대한다. 얼핏 보면 사슴이 두 종이나 되니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사슴들은 우리가 아는 사슴이 아니다. 말코손바닥사슴과 엘크사슴은 보통 300~700kg까지 나갈 정도로 덩치가 크다. 황소가 400~500kg이니 엄청난 덩치다. 아메리카 들소인 바이슨은 무려 1t을 넘나든다. 이와 달리 늑대들은 50~60kg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녀석들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세심한 탐색 끝에 대장이 타깃을 설정하면, 녀석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목표를 무리와 분리시킨 후, 한 마리를 쫓기 시작한다. 보통 3㎞쯤에서 더 쫓아야 할지 그만두어야 할지 결정하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최대 50㎞까지, 그러니까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선두를 바꿔가며 쫓아간다. 그렇게 끝까지 끈질기게 쫓아가 몇 시간씩 공격을 퍼부어 결국 성공시키고야 만다. 긴밀한 협력으로 거대한 상대를 쓰러뜨린다. 이를 위해 평소 엄한 위계서열을 유지한다. 단순한 협력이 아니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공략법을 구사한다. 덕분에 포유류 중 인간 다음으로 서식지가 넓다. 지능지수도 개보다 약 30% 높을 정도로 영리하다. 세계 최대 제국을 일군 칭기즈칸도 늑대로부터 전략 전술을 익혔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1997년,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창립 10주년을 즈음해 이들의 민감한 후각과 불굴의 진취성, 그리고 팀플레이 정신을 본받자며 늑대를 경영모델로 내세웠다. 그는 지금도 “하나에 전력을 다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초창기부터 해온 야전침대 문화는 이런 과정의 산물이다. 물론 ‘좋은 늑대’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기술 빼오기 등 여러 의혹이 무성하다. 국가가 비호하는 ‘늑대’라는 시각도 많다.

미국은 독수리를 상징으로 하고, 화웨이는 늑대정신을 표방한다. 독수리와 늑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둘은 대체로 공존한다. 먹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독수리는 토끼와 마못 같은 설치류를 사냥하고, 늑대들은 좀 더 큰 영양을 사냥한다. 먹이가 다르면 싸울 일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는 ‘먹이(통신시장 등의 주도권)’가 같다 보니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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