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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샷 ‘괴물’ 버크…맞바람에도 328야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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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팀 버크가 12일 이벤트 대회로 열린 롱 드라이브 챌린지에서 드라이브 샷을 하고 있다. 그는 결승에서 328.1야드로 우승했다. [사진 KPGA]

팀 버크가 12일 이벤트 대회로 열린 롱 드라이브 챌린지에서 드라이브 샷을 하고 있다. 그는 결승에서 328.1야드로 우승했다. [사진 KPGA]

12일 경기도 용인의 88 골프장. 프로 골퍼들이 마음 놓고 드라이브샷을 펑펑 날렸다. 그중에서도 키 1m98㎝, 몸무게 106㎏인 거구의 한 사나이의 장타 실력이 독보적이었다. 맞바람을 안은 채 좁은 폭의 페어웨이로 치는 악조건에서도 300야드 이상 꾸준하게 보내자 갤러리는 큰 환호성을 질렀다.

국내 롱드라이브 챌린지 우승 #4월엔 개인 최고기록 474야드 #클럽 로프트 3도, 길이 48인치 #매일 샷 연습에 식이 요법까지

이 사나이는 드라이브샷 전문 프로 팀 버크(33·미국)다. 그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개막을 앞두고 국내에서 처음 열린 롱 드라이브 챌린지 결승에서 328.1야드를 기록, 김홍택(26·310.1야드)을 누르고 우승했다.

12일 경기도 용인 88CC에서 열린 롱 드라이브 챌린지에서 드라이브샷을 시도하는 팀 버크. [사진 KPGA]

12일 경기도 용인 88CC에서 열린 롱 드라이브 챌린지에서 드라이브샷을 시도하는 팀 버크. [사진 KPGA]

그린 주변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 티잉 그라운드 방향으로 샷을 날리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날 대결에서 버크는 연습부터 결승까지 줄곧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헤드 스피드는 시속 135~140마일, 볼 스피드는 시속 200~205마일로, 코리안투어의 내로라하는 장타자 평균보다 15~20마일가량 앞섰다. 버크 옆에서 샷 대결을 펼쳤던 준우승자 김홍택은 “있는 힘껏 쳤는데도 확실히 실력 차이가 크더라”라며 감탄했다. 이날 대결에 참여한 다른 프로들 역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일반 대회와 장타 전문 대회는 여러모로 환경이 다르다. 장타 전문 골퍼들이 사용하는 드라이버 클럽은 길이 48인치(일반 클럽 45인치)로 더 길고, 사용하는 티 높이도 제한이 없다. 세계 최장타 기록은 2007년 마이크 도빈(미국)이 기록한 551야드다. 공식 대회 최장타는 1974년 US 시니어 오픈에서 마이크 오스틴(미국)이 기록한 515야드다.

12일 경기도 용인 88CC에서 열린 롱 드라이브 챌린지에서 드라이브샷을 시도하는 팀 버크. [사진 KPGA]

12일 경기도 용인 88CC에서 열린 롱 드라이브 챌린지에서 드라이브샷을 시도하는 팀 버크. [사진 KPGA]

골퍼는 누구나 되도록 멀리 날리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최근 들어선 300야드 이상 장타자가 늘었다. PGA투어에선 캐머런 챔프(미국)가 315.7야드, 코리안투어에선 김비오(29)가 310.6야드로, 각 투어의 드라이브샷 부문 1위다.

버크는 장타자를 꿈꾸는 골퍼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2009년부터 장타 전문 프로로 활동 중인 그는 2013, 15년에 세계 최장타 골프선수를 가리는 월드 롱 드라이브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지난 4월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월드 롱 드라이브 투어 대회에선 474야드로 개인 최장 기록도 세웠다.

12일 경기도 용인 88CC에서 열린 롱 드라이브 챌린지에서 드라이브샷을 시도하는 팀 버크. [사진 KPGA]

12일 경기도 용인 88CC에서 열린 롱 드라이브 챌린지에서 드라이브샷을 시도하는 팀 버크. [사진 KPGA]

최고 헤드 스피드가 시속 156마일(215㎞), 볼 스피드는 227.4마일(336㎞)이다.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의 헤드 스피드가 90마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장타자 군에 속하는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등이 123~124마일 가량인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르다.

대학 시절 야구 선수로 활동했고, 취미로 평소 농구와 요트를 즐길 만큼 운동 매니어인 버크는 타고난 운동 신경에 노력을 더해, 장타만큼은 ‘신계(神界)’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멀리서도 한눈에 띌 만큼 체구가 탄탄해, 마치 덩치 큰 수퍼맨을 보는 듯했다. 그는 “평소 매일 45분씩 장타 연습을 한다.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트랙 모니터도 비치하고 친다. 몸 관리를 위해 1주일에 4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식이요법도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야구 선수 시절, 투수였던 버크는 상체가 특히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상체를 활용한 유연한 백스윙이 눈에 띈다. 백스윙 톱 자세까지 어깨 회전각이 최대 135도나 돼, 큰 회전을 활용한 스윙이 가능하다. 47.75인치 길이에 3도짜리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그는 “멀리 날리려면 안정감, 유연성, 조정 능력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 빠른 스윙보다 힘을 빼고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클럽으로도 버크의 샷 능력은 탁월하다. 7번 아이언으로 240야드, 샌드웨지로 160야드를 친다. 그래서 그는 라운드 때 드라이버와 7번 아이언, 샌드웨지, 퍼터 등 4개 클럽만 사용한다. 오히려 그는 “50야드 같은 짧은 거리 샷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버크는 13일부터 열리는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스트로크 플레이에도 도전한다. 18홀 스트로크 플레이의 경우 평균 75타를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장타는 멀리 날림으로써 얻는 시원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 좀 더 멀리 날리는 게 목표”라며 “대회에서도 한국 팬들에게 장타의 매력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용인=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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