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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방」물결 속 10조원시장 "술렁"|보험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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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보험업계는 지금 오랜 세월 미뤄 왔던 두 가지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험개방」으로 요약되는 새로운 환경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제 철저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과, 그러면서도 종래 거둬들이기 식의 외형 불리기를 지양, 내실 폭으로 경영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특히 연 9조원(88년 수입보험료기준)의 거대시장을 삼성생명(전 동방)·교육보험 등 상위 2개 사와 대한·흥국·제일·동아생명 등 나머지 하위 4개 사가 각각 70%, 30%씩 안분 해 온 생명보험회사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가위 충격적이라 할 정도로 종래와는 다른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합작사 6개>
미국의 압력으로 신규면허가 무더기로 나간 최근 2년여 새 생보사들의 숫자는 이미 영업을 확대중인 부산·광주생명 등 지방 4개 사와 외국사 2개 지점, 그리고 새로 인가 받아 현재 영업을 준비하는 동양 베네휘트 등 미 합작 6개 사, 신한·태평양 생명 등 금융기관 및 그룹계열 6개 사, 인천 등 지방 4개 사, 외국사추가 진출회사 등을 포함해 약 32개 사에 이르고 있다.
60년대 초반이래 6개 사 과점체제로 굳어져 온 이른바「온실영업」은 옛말이고 이제 어느 회사가 보다 빨리 경쟁원리를 습득해 내는가에 승부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조직력(6개 사 모집인 16만 명)과 자산(총 16조원) 등에서 월등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기존 6개 사와 신설 사 간의 격차를 고려할 때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고, 자연히 비슷한 조건인 신설 사들끼리의 발붙이기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전망이지만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맞아 치열한 출발선상에 섰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이미 내실위주의 계약관리 등 지력 다지기에 나선 상위 사들과 이를 틈타 시장쟁탈을 노리는 하위 사들 간의 접전이 불붙어 삼성에 이어 지난 20여 년간 업계랭킹 2위를 고수해 온 교보가 3위의 대한생명과 매달의 실적을 갖고 엎치락뒤치락하는가 하면 제일이 흥국생명을 치받는 등 업계 내 순위다툼이 노골화되고 있는 것도 근래의 일이다.
특히 생산라인이라 할 모집인 등의 조직력 굳히기와 투자보험 등 경쟁력 있는 새 상품의 도입 여부가 각 사간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다.
새로운 환경 속에 전환기를 맞고 있기는 손해보험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안국·현대·럭키·고려·신동아·동양·제일·국제·대한·해동화재와 한국자동차보험 등 11개 사(대한재보험·대한보증보험제외)가 계열그룹을 배경으로 약 2조원 시장을 분점 해 온 손보업계도 국제화·자유화의 경쟁바람을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해상보험 풀·금융물건 풀·자동차보험 풀 등 각종 풀의 역사로 점철돼 온 손보사들의 카르텔영업과 계열그룹보험인수, 재보험거래의 수수료 따기 등「앉아서 하는 장사」론 더 이상 견뎌 나기가 힘든 상황이다.

<보유자산 백14조>
이미 가열될 대로 가열돼 있는 자동차보험(88년 보험료 총 9천8백11억 원) 유치 경쟁에 이어 풀 해체로 7월부터 본격화된 주요도시 건물의 화재보험(4백93억 원) 인수경쟁, 내년부터 예정된 재보험 완전자율화 등은 위험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관리능력이라는 보험회사 본연의 기능을 관건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협정 요율에 의존, 보험료를 나눠 갖는 식의 구 태를 벗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험업계만큼 엄청난 고도성장을 단 시일 내 이룩한 분야도 드물다.
요는 5·16 혁명정부의 경제개발 추진과 이를 위한 내자동원 기관으로서의 적극적인 육성책에 톡톡히 힘입은 것인데, 국가재건최고회의가 9개 생보사와 14개 손보사를 정비 통합해 각각 6개·10개 사로 만들었던 지난63년 당시 생·손보 총 23억3천만원이던 보험료 규모가77년 2천6백97억 원에서 지난해 10조5천7백억 원으로 폭증했다는 사실이 그 단면을 말해 주고 있다.
보험회사들의 보유자산도 63년 당시 52억 원에서 현재 1백14조원으로 비교하기도 힘들게 불어나 있다.
생보사들은 62년 국민저축조합 법으로 강제저축이 실시된 것을 계기로 단체직장보험시장을 통해 기반을 일구고 70년대 중반을 넘으며 국민소득 향상에 다시 힘입어 개인보험으로 고속성장, 지난 25년간 연평균 60%(보험료 수입기준)씩 자금을 불려 나갔으며 손보사들은 급격한 건설 및 수출입 물 동량 폭증과 역시 의무 부보제에 힘입어 연 40∼60%씩의 버금가는 성장세를 유지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연 40∼60% 성장>
삼성이 안국화재에 이어 60년대 초 동방생명·동양화재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5·16후 신동아가 대한생명·신동아화재,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등을 인수했으며 현재 생보 6개 사와 손보 8개 사가 모두 그룹계열에 속해 있다.
가발재벌이던 서울통상이 소유했던 동해생명 (현 동아생명)과 동방해상(현대해상)처럼 각각 공영토건→동아건설, 라이프 건설→현대 등으로 재벌의 부심에 따라 손이 바뀐 곳도 있다.
또 74년 쏟아져 들어오는 보험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지급불능상태로 몰려 결국 관계자 뇌물사건의 물의를 빚고 문닫은 고려생명의 뒷 얘기도 고도성장사의 이면에 묻혀 있다.
정부는 77년을「보험의 해」로 정하고 계약자 보호를 골자로 한 보험인식의 쇄신, 재벌계열의 고질적 병폐가 돼 온 보험자금의 생산성 제고문제, 국제화 추진, 보험전문인양성 등의 보험 근대화시책을 추진한바 있다.
최근 보험업계가 맞고 있는 경쟁과 내실이라는 전환기적 시점의 두 과제도 내용적으로는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려 했던 10년 전 해묵은 문제들의 재판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이제 업계 스스로가 살기 위해 그 과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가야 한다는 점과 계약자 지향 무드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환경만이 달라졌을 뿐이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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