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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위의 패션 모델 안백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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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수염을 기르고 선글라스를 쓴 안백준. 힙합 스타일의 옷도 즐겨 입는다. [사진 KPGA]

수염을 기르고 선글라스를 쓴 안백준. 힙합 스타일의 옷도 즐겨 입는다. [사진 KPGA]

수염은 강렬했다. 선글라스는 마치 고글처럼 보였다. 흰색 테는 짙은 색 렌즈와 확연히 대조됐다. 모자에는 펭귄 로고를 달았다.

KPGA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고글 같은 선글라스에 화려한 복장 #힙합 스타일에 원색 패션도 즐겨 #이형준, 연장 끝에 서요섭 꺾고 우승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는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클럽에서 열렸다. 경치만큼 멋진 패션을 자랑하는 골퍼도 나왔다. 2016년 투어에 데뷔한 안백준(31)이다.

안백준의 패션은 다양하다. 스냅백 모자를 비뚤게 쓰고 나오는 힙합 스타일도 보여주지만, 커다란 해골을 등에 붙인 셔츠를 입기도 한다. 때로는 클래식하게 넥타이를 매고 대회에 출전하더니 올해는 수염을 기르고 나온다. 미국의 리키 파울러와 일본의 이시카와 료 등이 남자 골퍼 중 패션으로 유명했다. 안백준이 좀 더 다양하게 옷을 입는다.

안백준은 어릴 적 축구를 좋아했는데 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골프를 시켰다. 호주로 골프 유학을 가서도 안백준은 축구팀을 만들었다. 그러다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에 골프에 매진하게 됐다. 지금은 골프가 아주 재미있다고 한다.

20대 후반인 2016년 KPGA 투어에 신인으로 데뷔했다.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아 출전권을 잃었다. 지난해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시드를 얻었다. 양쪽 모두 결과가 신통찮았다. 올 시즌은 KPGA 투어의 조건부 시드를 가지고 있다.

올해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지난 3월 2부 투어에서 우승했고, 이번 대회에선 150여 명이 참가한 예선을 3위로 통과했다. 안백준은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64강전과 32강전에서 각각 KPGA 우승 경력이 있는 김홍택과 권성열을 꺾어 파란을 일으켰다. 결국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그는 이날 6위 상금 4725만원을 받았다. 상위권에 입상하면서 TV 카메라에 그의 멋진 패션이 잡혔다.

안백준은 “요즘 오버핏이 유행이라 오늘 그렇게 입었다. 모자에 치렁치렁한 줄을 달고 경기하기도 했다. 사실 더 튀고 싶은데 성적이 아직은 좋지 않아서 자제하고 있다. 톱 선수가 되면 춤도 추고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나의 개성을 표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 선수는 각자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실력뿐 아니라 패션으로도 인정받고 싶다. 대회마다 컨셉을 잡아서 옷을 입겠다”고 했다. 안백준은 패션 잡지를 보면서 스타일을 연구한다. 만약 의류 스폰서 제의를 받는다면 어떨까. 그는 “옷 쇼핑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다. 의류 스폰서가 없어 내가 좋아하는 옷을 마음대로 입을 수 있는데 제의가 온다면 고민될 것”이라고 했다.

의류 브랜드이자 대회 주최 측인 먼싱웨어 김우리 팀장은 “안 선수의 독특한 개성이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고 말했다.

원래 골프는 스타일리시한 스포츠였다. 개성이 넘쳤다. 1940~50년대를 풍미한 벤 호건과 샘 스니드는 트위드 캡이나 페도라 모자를 쓰고 넥타이까지 맸다. 60~70년대를 풍미한 치치 로드리게스는 놋쇠 와이어가 달린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검정 테를 두른 챙이 짧은 밀짚모자를 쓰고 다녔다. 페인 스튜어트는 플랫캡에 무릎까지 오는 흰 스타킹, 니코보코스를 입었다.

1996년 마스터스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던 그레그 노먼과 닉 팔도도 패션도 눈여겨 볼 만하다. 노먼은 카우보이모자처럼 양옆이 말려 올라간 커다란 밀짚모자를 썼고 팔도는 아예 모자를 쓰지 않았다. 21세기 들어 대형 스포츠 브랜드가 스타 선수를 후원하면서 폴로 셔츠와 야구 모자로 패션이 획일화됐다. 안백준은 패션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이형준. [연합뉴스]

이형준. [연합뉴스]

한편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는 이형준이 연장 세 번째 승부 끝에 서요섭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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