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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근로하면 심혈관질환 위험 48%↑, 정신질환 29%↑

중앙일보

입력

야근.[중앙포토]

야근.[중앙포토]

일주일에 평균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과로’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약 48%, 정신질환은 약 29%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정연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질병 부담’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사연 ‘과로 건강 영향과 질병 부담’ #"60시간 이상 근무, 교대근무는 과로" #"장기 근로 우울·불안·자살 생각 높여 " #“야간작업자 보건지침 정부 관리 해야”

정 부연구위원은 ‘주 60시간 이상 과도한 노동’과 ‘교대 근무’를 과로로 정의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과로로 인한 업무상 질병의 당연 인정기준으로 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12주 동안의 평균 근로시간)을 쓰는 점을 고려했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오전 7시~오후 6시 정상적인 표준 근무 이외 시간의 모든 형태의 노동을 교대근무로 본다.

정 부연구위원은 “교대제는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소일 뿐 아니라 생체리듬을 깨뜨려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과로의 요소로 봐야 한다”며 “과로는 노동의 양적, 질적 측면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의 질적 측면과 업무 밀도를 계량화하기 어려워 과로를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로 한정해 살펴봤다”고 밝혔다.

정 부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과로가 질병 및 사망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위험도를 계산했다. 위험도는 ‘특정 위험 요인에 노출됨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질병·사망 등)의 분율'을 뜻한다. 질병이나 사망의 상대 위험도와 위험 요인에 노출된 인구 비율로 계산했다.

연구결과, 일반 근로자보다 장시간 과로한 근무자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47.7%, 정신질환 발생 위험은 28.8%, 사망 위험은 9.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2.4%,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28.3%, 사망 위험이 9.9% 높았다. 정 부연구위원은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로 인한 정신질환자 인구는 각각 2만1000명과 4만 1000명 정도로 추정된다”며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로 인한 심뇌혈관질환 환자 수는 각각 2만3000명과 5000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과로와 정신질환 간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들은 2000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대체로 장기간 노동과 교대근무가 우울이나 불안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주 평균 35~40시간 근로자보다 주 55시간 이상 장기간 근로자들에게서 우울과 불안 발생 위험이 1.3~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며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국내 근로자의 장기간 노동과 자살 생각 간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장기간 근로가 자살 생각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그는 2017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59시간보다 265시간 더 길고 이웃 일본보다 314시간이 길다“며 “과로가 정신질환·심뇌혈관 질환 발생과 관련성이 높음을 알 수 있는 데다 이로 인한 우리 사회의 질병 부담도 낮지 않음을 고려하면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간작업 종사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사후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사업주 자율에 맡겨져 있는 장기간 근로자·교대근무자 보건관리지침이나 심뇌혈관질환 예방평가 등을 정부가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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