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외치는 크루즈 선장 측 "그는 운항 달인, 규칙 지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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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을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호의 유리 C. 선장을 변호하고 있는 엘료 가보르 변호사. [PS방송 캡처]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을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호의 유리 C. 선장을 변호하고 있는 엘료 가보르 변호사. [PS방송 캡처]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호의 유리 C 선장은 현재 구속돼 있지만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헝가리 검찰이 보석 조건이 부당하다며 항고해 조만간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유리 선장에 대해선 추월 경고 무선교신을 하지 않았고, 사고 후에도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 물에 빠진 이들의 구조를 어렵게 했다는 등 과실이 있다는 증언과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선장, 희생자·가족에 유감 표명”

그러나 유리 선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가보르 엘료 변호사는 5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관련) 사실들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고, 더욱이 정식으로 임명된 전문가들이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라며 “지금 나오는 사고 관련 다양한 보도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면 인터뷰를 사양한 엘료 변호사는 e메일 인터뷰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입장만 전해 왔다. 그는 여전히 유리 선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선장은 모든 항해 규칙을 지켰으므로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현재 법원에 보석을 신청해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엘료 변호사는 또 “유리 선장은 40년 이상 완벽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강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항한 달인 중 한 명”이라고 주장했다.

엘료 변호사는 단 한국인 탑승객 희생자와 가족에 대해선 “본인도 가족이 있는 유리 선장은 사고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며 “희생자들과 가족들에 대한 가득한 동정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리 선장은 우리 변호사 팀에게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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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료 변호사는 헝가리 매체 PS와의 인터뷰에선 “너무 많은 배가 운항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침몰한 허블레아니호에도 잘못이 있을 수 있으니 인양되고 나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고가 난 지난달 29일 유리 선장이 오후 9시8분쯤 신고했고, 사고 직후 조사를 받았지만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자고 있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

엘료 변호사의 이 같은 입장에 따르면 유리 선장은 향후 재판에서 자신의 무죄를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헝가리 검찰은 바이킹 시긴호에 있는 각종 기록과 장치를 확보했고, 100명이 넘는 목격자의 진술을 들었으며 주변에서 찍힌 각종 영상을 확보하고 있다며 과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다페스트=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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