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머니' 해도 … 장기투자가 돈 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100m 달리기 보다는 역시 마라톤이 돈버는 길이다. 투자한다면 말이다.

채권형 펀드를 제외한 모든 주식형 펀드의 상반기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돈 벌자고 투자했는데 원금마저 까먹은 셈이다.그러나 길게 보면 얘기가 다르다. 주식형 펀드 투자로 가장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주식형 가운데 성장형 펀드의 3년 수익률은 평균 91.21%였다. 은행예금은 물론이고 '불패 신화'에 빛나는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47.7%)을 훨씬 웃돌았다.

◆ 3년전 100만원이 지금은 275만원=3년 동안 가장 많이 오른 펀드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수익률이 174.82%에 달했다. 3년 전 100만원을 넣어뒀으면 현재 그 가치가 274만8200원으로 불어난 셈이다. 인덱스 펀드의 3년 평균 수익률은 94.99%였다. 안정성장형과 안정형 펀드도 각각 50.55%, 27.33%의 수익률을 기록해 은행예금 이자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그러나 이들 펀드의 상반기 성적은 초라했다. 성장형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8.31%를 나타냈다. 안정성장형(-4.2%).안정형(-0.93%) 펀드가 그나마 선방했지만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원금 손실의 쓴 맛을 봐야 했다.

자산운용협회 최봉환 전무는 "외환위기 같은 경제 위기가 오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가 성장하듯 주가도 오르게 돼 있다"며 "시황에 휩쓸리지 말고 장기 투자하면 은행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펀드따라 수익률 천차만별=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졌지만, 같은 투자기간이라도 수익을 얼마만큼 올렸느냐는 펀드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났다.

같은 주식형 펀드라 해도 1등 펀드가 180%에 가까운 수익률을 자랑하는 데 반해, 꼴찌 펀드는 그 3분의 1 수준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설정액 250억원 이상, 설정일 3년이 경과한 성장형 펀드는 총 51개. 이 가운데 1위와 꼴찌의 3년 수익률 차는 111.78%포인트에 달했다. 그러나 이 펀드들의 1년 수익률 차는 14.1%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투자기간에 따라 같은 펀드 안에서도 수익률 차이가 난 것이다.

PCA투신운용의 김영수 마케팅본부장은 "시장 열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펀더멘탈을 중시하는 등 장기 투자의 이점을 살린 펀드를 잘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가 펀드를 제대로 고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최소한 지수 상승분만큼의 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인덱스 펀드를 고려해 볼 만하다. 실제로 설정액 250억원 이상인 인덱스 펀드들의 3년 수익률 차는 최고 13%포인트에 그쳤다.

묻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인기있는 펀드, 곧 설정액이 많은 펀드는 평균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설정액이 상위 20위 내에 있는 성장형 펀드의 1년 수익률은 평균 31.35%로 나타났다. 전체 성장형 펀드 평균 수익률(28.99%)을 약간 웃돌았다. 2년 수익률 20.18%포인트, 3년은 38.89%포인트 격차로 인기 펀드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장기 투자라고 해서 돈을 무작정 펀드에 묻어놓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현재까지 수익을 많이 냈더라도 한 가지 유형에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개인의 나이.재산상태.가족상황.투자성향 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짠 뒤 이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는 것도 장기 투자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머니팀=김종윤.안혜리.손해용.고란 기자
자료=제로인

<그래픽 크게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