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 학원 '쎄~네'…1백여 대학에 "후원금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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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원들의 입시설명회에 과연 돈을 내야 하나. 우수한 신입생을 뽑는 일이 최대의 '과업'인 대학들이 예기치 못한 고민에 빠졌다.

서울 강남의 입시학원 모임인 '강남 보습학원협의회'가 지난달 15일 공문을 보내 제의한 후원 요청 때문이다.

서울.경기지역 25개 대학에 보내진 공문의 내용은 협의회가 주관해 이달에 열릴 입시 관련 학부모 초청 세미나에 후원사가 돼 달라는 것. 돈을 내는 대학은 세미나장에서 홍보물도 배포해 주고, 오는 27일 발간 예정인 '8학군 학원정보지'에 대학광고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덧붙여 후원 및 공동주최자로 언론사와 강남교육청을 끌어들인다는 계획까지 밝혀 놓은 상태다. 공문을 받은 대학들 상당수는 일단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돈을 받고 입시설명회에 나가 강연해주는 경우는 많지만 거꾸로 돈을 내면서 간 적은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특별한 대응 없이 공문을 그대로 반송키로 했다. 연세대도 "반드시 강남지역에 우수학생이 밀집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설사 있어도 사설 학원을 통해 그런 학생을 확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참의사를 밝혔다.

그렇지만 모든 대학이 유혹을 완전히 뿌리치지는 못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강남 학원들이 우수한 학생을 무기로 교육 권력을 누리고 있다"고 꼬집으면서도 "참석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협의회 쪽에 상황을 알아보는 대학들도 적지 않다. 협의회 관계자는 "대학 관계자로부터 문의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학원의 입시세미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부모 숫자는 대략 2천명 선. 대부분 우수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다 보니 대학 당국으로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리인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강남의 유능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일선 대학에서도 가볍게 보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달 중 수도권 지역 나머지 학교들과 지방 국.공립대까지 포함시켜 1백여곳에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협의회는 후원금의 액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학원정보지의 전면 광고 가격으로만 2백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미뤄 후원금 액수는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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