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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 사진을 폰 배경화면에” 中 와신상담으로 번진 트로피 모독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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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컵 트로피 모욕 사건을 보도한 중국 베이징 신경보의 31일자 스포츠 면. 중국 청소년 축구 대표가 문제의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에 깔고 복수를 다짐했다는 소식을 실었다. [신경보 캡처]

판다컵 트로피 모욕 사건을 보도한 중국 베이징 신경보의 31일자 스포츠 면. 중국 청소년 축구 대표가 문제의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에 깔고 복수를 다짐했다는 소식을 실었다. [신경보 캡처]

판다컵 트로피 모독 사건에 항의하는 네티즌이 주중 대한민국 대사관 웨이보에 400여 건의 항의성 댓글을 올렸다. [웨이보 캡처]

판다컵 트로피 모독 사건에 항의하는 네티즌이 주중 대한민국 대사관 웨이보에 400여 건의 항의성 댓글을 올렸다. [웨이보 캡처]

판다컵 트로피 모욕 사건이 중국 네티즌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31일 정오까지 4억 7000만 명이 방문했다. [웨이보 캡처]

판다컵 트로피 모욕 사건이 중국 네티즌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31일 정오까지 4억 7000만 명이 방문했다. [웨이보 캡처]

한국 대사관 웨이보에 사과를 요구하자는 의견을 묻은 중국 웨이보의 한 여론조사 화면. [웨이보 캡처]

한국 대사관 웨이보에 사과를 요구하자는 의견을 묻은 중국 웨이보의 한 여론조사 화면. [웨이보 캡처]

 지난 29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폐막한 중국 판다컵에서 우승한 한국 18세 이하 U-18 대표팀이 우승컵을 발로 밟는 ‘트로피 모독 논란’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31일 중국 여론은 “굴욕을 잊지 말자”며 현대판 와신상담(臥薪嘗膽)을 촉구하는 쪽과 “과거로 묻어두자”며 자제를 요구하는 관방 매체 두 갈래로 갈렸다.
2010년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던 축구선수 두웨이(杜威)는 SNS에 “어떤 사과도 받아줄 이유 없다”며 “승패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고 격분했다. 전 국가대표 리이(李毅)는 “선비가 죽을지언정 모욕당할 수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서 파장 계속, 주중대사관에도 여파

"선비가 죽을지언정 모욕당할 수는 없다"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중국팀 량사오원(梁少文)은 트로피 굴욕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에 깔았다고 31일 베이징 신경보가 보도했다. 량사오원은 “오는 11월 열릴 아시아 청소년대회 예선에서 한국팀과 맞붙는다”며 “존엄을 이렇게 짓밟혔으니 어떻게든 이겨 돌아오겠다”며 칼을 갈았다. 신경보에 따르면 베이징의 한 축구 팬은 문제의 사진을 표구해 중국 축구협회에 보내겠다며 “중국 축구협회는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할 때마다 이 사진을 보기 바란다고 적겠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에 불똥, 비난 댓글 400여건

주베이징 한국 대사관에도 불똥이 튀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신(微博)에 개설한 한국 대사관 계정에는 31일 최신 게시물에 “하늘에 맹세하건대 한국 축구는 한 하늘에서 살 수 없는 원수(不共戴天)”라는 등 한국 축구팀을 비난하는 댓글이 400여 건 달렸다.
중국 포털 시나(新浪)스포츠가 개설한 “주중 한국 대사관 공식 웨이보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자”는 설문에 7만6000명이 본때를 보이자, 5만2000명이 가능하지만 필요 없다, 2만7000명이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웨이보의 인기 해시태그 “트로피 모독”은 31일 정오까지 4억7000만명이 방문했다. ‘웨이보 축구’라는 계정은 문제의 사진을 과녁으로 다트를 날리며 한국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환구시보는 진화 "한국 어른들이 혼냈다"

관영 매체는 진화에 주력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이날 ‘판다컵 사건을 과거로 흘려보내되 반성은 기억하자’라는 사설을 싣고 국민의 자제를 요구했다. 사설은 “선의적으로 보면 한국의 몇몇 18살 이하의 아이들이 ‘교양 없이’ 놀랄 일을 저질렀고 한국 어른들이 공개적으로 그들을 혼내고 사과시켰다”며 “중국인은 이 사건으로 전체 한국에 앙심을 품거나 몇몇 아이의 행위를 한국 사회가 중국을 모욕했다고 여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신문은 2007년 창춘(長春) 동계 아시안게임 여자 3000m 쇼트트랙 시상식에서 한국 측이 영토를 언급한 민족주의 표어를 들어 올렸고, 2012년 런던 올림픽 한일 남자축구 경기가 끝난 뒤에도 분쟁 영토를 다룬 표어를 내보였다고 지적했다. “백두산은 우리 땅”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를 지적한 것이다.
사설은 “한·중은 우호국가이면서 양국 민간에는 상대방에 대한 일련의 감정이 남아있다”면서 “스포츠가 나쁜 정서를 자극하는 통로가 되는데 단호히 반대하며 경기가 양국 우호를 증진하는 절대적인 촉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로 한·중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선두에서 여론을 선동했던 관영 매체다. 환구시보의 변신에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당국으로서는 일반 여론이 한국을 완전히 적으로 몰아가는 데 대해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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