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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극복하는 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남 장성을 비롯한 남부지역을 강타한 폭우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겨 주고 있다. 일시에 쏟아진 폭우로 7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행방을 찾을 수 없고 3만여 명이 졸지에 집과 재산을 잃어 망연자실해 있다.
우선 이들 피해 주민들의 상심과 고통에 심심한 위안의 뜻을 전한다.
정부는 물론 신속히 이재민에 대한 지원과 피해복구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며 국민들도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마음가짐으로 재민구호에 솔선해 동참해 줄 것으로 믿는다. 각종 종교·사회단체의 자발적인 봉사활동도 기대한다.
어느 사회나 재난을 당했을 때 그 사회에 잠재하고 있는「이웃 사랑」의 힘이 드러나게 되는 법이다. 우리의 사화공동체 의식이 이번에도 최대한으로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예상되는 국민들의 세금에만 기대하지 말고 3조원이 넘게 비축하고 있는 세계잉여금 중 일부를 즉각 풀어 구호와 복구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
자연의 조화로 빚어지는 재해는 인간이 막을 수 없다 해서 천재라 한다. 그러나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해서 생긴 피해의 확대에 대해서는 인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번 피해에서도 그런 구석이 없었나 짚어 보고 넘어가야 다음 재해를 예방하거나 극소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일시에 4백 여의 장대비가 쏟아지면 속수무책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집중호우가 미리 예보됐더라면 재산의 유실은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최소한 막대한 인명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지 보도를 보면 기상대는「한두 차례 소나기에 예상강우량은 80 정도」라고 예보했고 25일 자정부터 이미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는데도 뒤늦게 오전 5시가 넘어서부터 호우주의보와 홍수경보를 잇따라 내렸다는 것이다.
지난 87년7월 태풍 셀마 호 때 태풍의 전로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엄청나게 피해가 확대됐던 교훈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기상대의 장비도 상당히 현대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확한 기상관측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 이는 시급히 보완을 요하는 사항이다. 유능한 기상요원의 양성과 확보도 같은 비중으로 서두를 일이다.
홍수로 인한 재해를 막고 홍수를 오히려 에너지로 이용하는 치수사업의 부족도 이번 재난의 요인 중 하나로 지적돼야 한다. 영산강의 수위가 이미 경계선을 넘어선 가운데 둑 일부가 무너져 버린 것이 산 증거다. 영산강의 제방축조 율을 보면 56%로 나타나 있다. 나머지는 홍수 무방비로 범람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영산강 계통에는 장성·담양·광주·나주 등 4개의 댐을 두고 있으나 모두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단순 댐으로 저수규모도 미미한 실정이다.
정부가 치수사업에 투자하는 규모는 연간 겨우 1천억 원 안팎인데 매년 수해 복구사업에 드는 돈은 평균 1천5백억 원에 이르고 있으니 한심스런 행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는 재난을 예방하는 장 단기 대책을 강구해 연례행사처럼 다가오는 천재의 예방에 빈틈을 보이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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