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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강효상 공익제보라는 한국당에 "상식 지켜라"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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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한ㆍ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관련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강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과 SNS 등을 통해 공개한 통화 내용을 국가기밀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주재한 ‘을지태극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변명의 여지없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완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며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공직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외교부가 아닌 전체 부처를 대상으로 보완관리를 지시했지만, 사실상 외교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외교부의 각종 의전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외교부에 대한 질책성 발언은 최대한 자제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한국당도 비판했다.

그는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정상 간의 통화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 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여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의 행동을 ‘공익제보’라고 주장하는 한국당은 이날은 정부의 외교 무능을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에 앞서 의원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에 앞서 의원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지금 강경화 장관이 이끄는 외교부는 해야 할 일 하지 않고 민감한 외교전쟁 현장에서 야당 죽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강 장관을 교체하는 것부터 외교부가 바로 서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기밀 누설로만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우리 외교를 쇄신해야 된다”며 강 의원을 두둔하던 데서 외교부를 공격하는 쪽으로 프레임을 옮겼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강 의원에 대한 형사고발에 대해서는 “기밀 유출을 빌미 삼아 야당 재갈물리기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은 전임정권의 기밀을 들춰내서 보복정치에 활용했다”며 “남이 하면 유출이고 내가 하면 폭로인가. 애초부터 비밀보안을 논할 자격이 없는 정부”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주재한 을지태극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모두발언에서 “평화의 여정을 걷는 과정에서도 국가안보에는 한 순간도 빈틈이 있어선 안 된다”며 “강력한 방위력을 구축해야 하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군사적 위기상황과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도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한 평화를 향한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고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주국방은 정세 변화와 상관없이 추구해야 하는 독립된 국가로서 변함없는 목표”라며 “을지연습과 태극연습을 처음으로 통합해 실시하는 이번 연습을 향후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하고 자주국방 역량을 굳건히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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