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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인보사 세포 44일 내 사멸, 암 유발 부작용 확인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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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시판 허가가 취소되면서 이 약을 주사한 환자 3707명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암 발생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일부 환자는 집단소송에 나섰다.

환자 총 3707명 인보사 투약 #일각 “신장세포 포함, 더 지켜봐야” #244명 “손해배상” 집단소송 제기

인보사는 퇴행성 관절염에 쓰이는 유전자 치료제다. 정상적인 사람에게서 뽑은 연골세포, 세포 조직을 빨리 자라게 하는 성장인자가 포함된 연골세포를 무릎 관절에 주사한다.

주사제는 1액(연골세포)과 2액(TGF-β1·유전자 삽입 연골세포)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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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인자가 포함된 세포를 그냥 인체에 주사하면 무한 증식해 종양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방사선을 쬐어 더 이상 증식하지 않도록 처리한 다음 주사제에 넣는다. 그런데 신장세포가 완제품에서 나오면서 종양 원성(종양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인보사의 세포가 며칠 이내에 사멸하는지 시험한 결과 44일 이내에 모두 사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임상시험 대상자를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전문가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할 때 현재까지 안전성에 큰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국 438개 병·의원에서 3707명의 환자가 인보사를 투약했다. 최승진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은 “약물과 연관된 중대한 부작용 사례는 없었다”며 “인보사 시판 후 183명에게서 311건의 이상 증세가 보고됐는데 주사 부위 반응(62건), 주사 부위 통증(61건) 등 국소적 부작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종양과 관련한 이상 사례로 위암 등 4건이 보고됐지만, 약물 역학조사 결과 인보사와 관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다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인보사를 맞은 모든 환자를 15년간 장기 추적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국장은 “현재까지 임상 결과를 보면 통증 개선(완화) 등 인보사 약효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면역학 전문가인 강창율 서울대 약대 교수는 “식약처 조사 결과대로 제조 과정에서 방사선 조사(방사선을 쬐다)가 이뤄졌고, 세포 사멸 시험에서 모든 세포가 죽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발암성은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인보사케이주 투여 환자들이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공동소송 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보사케이주 투여 환자들이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공동소송 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인보사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환자다. 이들은 한 대당 450만~700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주사하고도 암 발생 등 부작용을 걱정하게 됐다. 서울에서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노모에게 직접 주사를 권했다고 한다. A원장은 “통증이 줄어들고, 연골 재생 가능성도 있다고 해서 어머니께 주사를 놔줬다. 이런 일이 생기다니 황망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소송에 참여할 인보사 투여 환자 244명의 공동소장을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킴스 측은 “인보사는 연골 재생 효과가 없고, 악성 종양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인체에 사용을 금지한 세포가 포함돼 있다”며 “환자 자녀들이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부모를 위해 700만원 이상의 큰돈을 들여 효도 선물을 했는데 이제는 부모님 생명을 위협하게 됐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게 됐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가 제조회사에 장기 추적 관찰 책임을 미루지 말고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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