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외교ㆍ통일ㆍ국방부 차관을 동시 교체한 것을 비롯해 9명의 차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인사 대상자 9명 중 7명이 행시ㆍ외시ㆍ기술고시 등을 거친 정통 공무원 출신이어서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며 정부 조직의 안정감을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난항에 빠진 상황에서 서호 청와대 국가안보실 통일정책비서관을 통일부 차관으로 이동시켰다. 지난해 8월 청와대 비서관에 임명된지 9개월만에 또다시 인사가 났다. 현 통일부 장관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북한ㆍ통일문제 전문가로 활동했던 김연철 장관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청와대가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 차관은 정부의 남북정상회담까지 오랜 실무 경험을 갖추고 있다”며 “탁원한 소통능력과 높은 국정 이해를 바탕으로 통일부의 당면 현안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근무 기간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분이 어떤 분야로 갔을 때 정부의 정책 철학을 소화해 낼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주 일본대사관 공사참사와 동북아 국장을 지낸 일본통이다.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어 통역을 맡았다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한ㆍ일정보보호협정 파동으로 사임했다. 그러다 이번 정부 들어 한ㆍ일 위안부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의 부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9월 국립외교원장으로 복귀했고, 또 다시 8개월만에 차관이 됐다.
외교부 일본통을 뜻하는 ‘재팬 스쿨’의 차관 기용은 박석환(2011∼2012년) 전 차관 이후 7년 만이다. 고 대변인은 “일본에 정통한 외교관”이라는 점과 함께 “외교부 혁신을 이끌어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경색된 한ㆍ일 관계를 푸는 동시에 의전 논란 등 외교부의 기강해이에 대한 대응을 주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차관은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과도 가깝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국방부 출신 내부 일반직 공무원 중 처음으로 차관으로 기용된 정통관료다. 지금까지 국방부 차관은 예비역 장성이나 경제부처 출신 관료, 정부와 가까운 외부인사가 맡아왔다. 박 차관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특히 전임 서주석 차관에 이어 또 다시 비(非) 군인 출신 차관이 임명되면서 국방부 문민화의 기조가 유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신약 등 바이오 분야의 전문가인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장을 임명하며 신성장동력산업인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보건복지부 차관에 김강립(행시 33회) 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이재욱(기술고시 26회)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을, 국토교통부 2차관에 김경욱(행시 33회)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을 승진 임명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 김계조(기시 22회) 행안부 재난관리실장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손병두(행시 33회) 금융위 사무처장을 발탁했다.
고 대변인은 이번 인사에 대해 “내부 인사들이 많이 발탁됐다. 정부의 국정과제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실현해낼 수 있는 적임자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