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또 낮췄다…OECD “최저임금 인상 완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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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0.2%포인트 낮췄다. 청와대의 ‘경제 낙관론’과는 대비되는 것이어서 안이한 경제 진단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개월 만에 2.6 → 2.4% 하향 #청와대 경제 낙관론과 대비

OECD는 21일 ‘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2.4%, 2.5%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각각 2.8%, 2.9%로 전망한 것을 지난 3월 모두 2.6%로 낮추더니 불과 2개월 만에 또 내린 것이다. 이는 6년 만에 가장 낮았던 지난해 성장률(2.7%)은 물론 당초 정부가 예측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2.6~2.7%)보다 낮은 수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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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글로벌 교역 둔화 등에 따른 수출 감소, 제조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특히 지난해 중반 정점을 찍은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2018∼2019년 최저임금의 29% 인상으로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증가가 둔화해 지난해 고용증가율이 0.4%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OECD는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동 생산성’을 꼽았다. 실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 50% 국가 노동생산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OECD는 “그간 저생산성을 장시간 노동으로 보완해왔으나, 주 52시간 도입ㆍ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을 감안할 때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제조업의 절반 수준인 서비스업 생산성 및 중소기업 생산성 제고가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국 1분기 경제성장률 OECD 22개국 중 꼴찌

그러면서 “내년에도 재정확대 정책을 지속하고, 통화정책 완화를 동반해야 한다”며 “노동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두면서 최저임금 인상 폭은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추가적인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은 일자리 창출을 축소하고, 생산성 향상과 동반되지 않으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것”이라는 게 OECD의 진단이다.

이날 OECD의 발표는 “하반기엔 성장률 2%대 중후반을 회복할 것” “다행스럽게도 서서히 좋아지는 추세” 등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진단 발언과는 거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주요 경제전망 기관은 물론, 국민이 느끼는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는데도 공개석상에서 이런 낙관론을 반복하면서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만 해도 두 달째 ‘경기 부진’ 진단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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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청와대에서 불리한 경제지표에는 말을 아끼고, 유리한 지표만 부각하면서 무리한 낙관론을 고집하고 있다”며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구조개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부양 효과는 없고 나랏빚만 늘어나는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재 1분기 성장률을 공개한 22개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0.34%로 꼴찌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간 성장률을 기준으로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는 미국 다음으로 우리”라고 했다. 이미 노무라종합연구소(1.8%), 무디스(2.1%), LG경제연구원(2.3%) 등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에 대한 눈높이를 한참 낮췄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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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OECD는 세계 성장률도 기존 3.3%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2.6%→2.8%), 유로존(1%→1.2%) 등 선진국들은 오르거나 제자리였지만, 브라질ㆍ인도네시아ㆍ아르헨티나 등 신흥국들의 성장이 둔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기존 6.2%를 유지했다. OECD는 세계 경제 주요 리스크로 ▶보호무역주의 심화▶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중국 경기 둔화 등을 지적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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