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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지방창생 도전…관광 수입이 반도체 수출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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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외국인 55만명이 찾은 기후현 다카야 마시 거리. 이곳은 10개국 11개 언어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지지통신]

지난해 외국인 55만명이 찾은 기후현 다카야 마시 거리. 이곳은 10개국 11개 언어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지지통신]

“지방이 스스로의 아이디어로 미래를 열어젖히는 것이 아베 내각의 지방창생(創生)입니다. 젊은이가 미래를 맡길 수 있는 농림수산 신시대를 함께 만들어가지 않겠습니까.”

지방이 무너진다 ⑨ #소멸론에 기회론으로 맞서는 일본 #지방창생·관광입국 사령탑 맡아 #지방 일자리 30만개 목표 세우고 #외국 관광객으로 내수 진작 전략 #‘압축 도시’로 생활공간 재편도

지난 1월 28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연두 시정연설에서 내각의 간판 정책인 지방창생에 대한 동참을 호소했다.

성과도 언급했다. 농수산품 수출이 목표치인 1조엔(약 10조8000억원)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입국(정책)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지방창생의 핵이 되는 늠름한 일대 산업이 탄생했다”며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이 4조5000억엔”이라고 강조했다(총리실 홈페이지).

아베는 2015년 이래 연두 연설에서 지방창생을 빠뜨린 적이 없다. 새 정책과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실적을 보고해왔다. 올해는 동해와 접한 이시카와(石川)현 기초단체 노토초(能登町)의 외국인 체험형 관광을 치켜세웠다.

아베에 지방 살리기는 핵심 어젠다다. 스스로 “지방창생이 내각의 최중요 과제”라고 말한다. 지방 소멸론에는 기회론으로 맞서나갔다. “지방이야말로 기회가 있다”고. 자기최면을 건 낙관주의적 도전이다.

창생본부 만들어 장·단기 전략 수립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아베가 지방 문제를 전면에 내건 계기는 2014년 5월 지방소멸 보고서 때문이다.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상이 2040년까지 기초단체 1799곳 가운데 절반인 896곳이 인구 감소로 소멸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마스다 리포트 쇼크’였다.

아베는 유연했다. 마스다의 컨트롤타워 설치 등 제언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움직임은 일사천리였다. 9월에 총리 직속 내각부에 마을·사람·일 창생본부를 신설했다.

일자리와 사람을 부르는 선순환 지방을 만들겠다는 기구다. 아베를 본부장으로 전 각료가 참가했다. 아베는 같은 달 개각에서 지방창생 장관을 신설하고,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을 기용했다. 이시바는 “지방에서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일본이 바뀔 수 없다”고 역설한다.(『일본열도창생론』) 아베는 연말에 지방창생 장기비전과 5개년 종합전략(2015~19년)을 내놓았다.

5개년 종합전략은 관료집단이 가장 꺼리는 수치 목표를 들고나왔다. 5년간 젊은이 지방 일자리 30만개 창출, 지방에서의 도쿄 전입 6만명 감소, 도쿄 전출 4만명 증가, 출신 지역 대학 진학율 36%, 기업의 지방거점 기능 강화 7500건 증가…. 내년부터 2라운드를 맞는 지방창생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적잖다.

외국인 관광 규제완화, 콘텐트도 다양화

2014년 ‘마을·사람·일 창생본부’ 현판식. 왼쪽부터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상, 아베 신조 총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사진 지지통신]

2014년 ‘마을·사람·일 창생본부’ 현판식. 왼쪽부터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상, 아베 신조 총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사진 지지통신]

아베의 지방창생 전략과 해외 관광객 유치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아베는 “관광은 일본 성장전략의 큰 기둥”“지방창생의 기폭제, 결정적 수단”이라고 되뇐다. 인구 감소의 공백을 외국인으로 메우고 돈을 떨어뜨리게 하겠다는 얘기다. 아베는 관광입국의 사령탑이 됐다.  2015년 자신이 의장인 ‘내일의 일본을 뒷받침하는 관광비전 구상회의’를 출범시켰다. 창생본부 발족 1년 만이다.

이 회의는 이듬해 관광 비전을 내놓았다. 목표는 야심 찼다. 방일 외국 관광객 수를 2020년 4000만명→2030년 6000만명으로, 소비액을 2020년 8조엔→2030년 15조엔으로 잡았다.

2015년 당시 인바운드 관광객은 1974만명이었다. 지금 인바운드 관광객은 가파른 상승세다. 2017년 2869만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3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4조5000억엔)은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액(4조225억엔, 2017년 기준)을 웃돈다. 도리즈카 아키라 전 이스미철도 사장은 “외국의 재방문객은 도쿄-교토-오사카의 황금 노선 대신에 시골을 걷기 시작했다. 틈새 관광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언론 인터뷰).

인바운드 증가는 민관(民官) 총력전의 산물이다. 아베는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다’는 방침 아래 관광 선진국의 새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책과 규제완화가 쏟아졌다.

중국 등에 대한 비자 발급 완화, 외국인에 대한 소비세(8%) 면세점 확대, 민박 허용, 크루즈선  항만 우선 사용 등등. 여기에 전국에 킬러 콘텐트의 망을 깔고 있다. 도쿄와 교토의 영빈관을 개방했고, 문화재 중심 관광 거점 정비에도 나섰다. 외국인 체류 관광을 위해 전국에 11개의 ‘광역관광 주유(周遊)루트’를 지정했다. 농산어촌 체류형 관광(農泊) 지역도 내년까지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인프라 모으고 연결한 압축 도시 468곳

지방창생 전략의 다른 축은 공간 재편이다. 핵심은 압축(compact)과 네트워크다. 지방에 산재한 공공·상업시설을 모으고 연계 교통망을 재구축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텅 비어가는 지방이 노후 인프라의 역습을 헤쳐나가는 방안이다. 압축 도시에 나선 지자체는 3월 말 현재 468곳이다. 일본 지방의 생활 지도는 새로 그려지고 있다.

아베 내각의 지방창생 결의는 비장하다. 종합전략의 끝부분은 이렇다. “인구감소를 극복하고 지방창생을 이룩해 (세계) 최초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간다. 이것은 ‘과제 선진국’ 일본이 세계에 대해 완수해야 할 책임이다.” 아베가 일본을 ‘과제 극복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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