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얼굴 맞댄 오신환 “큰 어른으로서 용단 간곡히 호소”

중앙일보

입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등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등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7일 “당 전체가 불행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큰 어른으로서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자당 손학규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선 이후 손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에 처음 참석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후배를 위해 용단을 내려달라는 게 원내대표 경선 의총에서의 민심으로서 민심을 따르는 게 책임주의”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는데 우리 당의 노력이 힘을 받고 지지를 얻으려면 당 내부가 조속히 정비되고 정상화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어제 당 대표가 같은 당 동지를 수구보수로 매도하면서 의원들의 총의를 패권주의라고 비난한 것은 참으로 의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패권주의, 수구보수란 표현에 대해선 사과해줄 것을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8일 의총에서 화합과 자강, 혁신하자고 약속하면서 민주평화당이든 자유한국당이든 통합하는 일도, 총선 연대도 없다고 못 박았는데 누가 수구보수이고, 패권주의냐”고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또 “여당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에는 패스트트랙의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 뜻을 밝히고, 한국당이 이를 무조건 받아들여서 국회에 복귀하는 방안을 양당 원내대표에게 제시했다”며 “앞으로 거대 양당을 제어하면서 정국을 리드하는 유능한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이 만들어주신 중도개혁 정당 바른미래당이 수구 보수 세력의 손에 허망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제 정치적 명운을 걸고 당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손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던 당직자 해임을 취소키로 했다. 손 대표는 “이준석 최고위원을 포함해 여러분의 건의가 있었다”며 “제가 13명의 정무직 당직자 해임을 했었는데, 취소하고 다시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현 지도부 퇴진을 주장한 바른정당 출신 오 원내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손 대표는 지난 3일 현명철 전략홍보위원장과 임호영 법률위원장, 김익환 부대변인 등을 대거 해임한 바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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