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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진상조사위 "정보경찰이 삼성 위해 고 염호석씨 가족장 주도, 공식 사과하라"

중앙일보

입력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14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故) 염호석씨 시신 탈취 사건에 대해 경찰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날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10일부터 약 6개월간 진행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 위원장은 “경찰이 사측(삼성)의 의도에 따라 염씨에 대한 가족장 합의를 주도했다”며 “이는 경찰의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부당한 개입”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 소속 김모 경정은 삼성전자서비스 상무의 요청에 따라 염씨의 친부를 직접 만나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을 결정하도록 적극적 역할을 했다. 사측이 염씨의 계모 최모씨에게 합의금 3억원을 전달하는 현장에 동석했고 친부에게 건네기로 한 합의금 잔금 3억원은 사측을 대신해 직접 유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더욱이 양산서 소속 정보보안과의 한 간부는 염씨의 시신을 조속히 화장하기 위해 강릉서에 검시필증 등 장례 종결을 위한 공문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유족 동의도 없이 ‘유족의 요청에 의함’이라는 거짓 사유를 들어 공문을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이 밖에도 경찰이 내부정보망을 이용해 염씨 부친의 지인에게 연락을 취해 만남을 주선하고, 노조동향 및 집회현장 상황 정보 등을 삼성 측에 수차례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관련 경찰관들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유 위원장은 “이 같은 정보관의 장례절차 개입은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경찰법상 정당한 범위 내의 정보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경찰이 사측의 입장에서 장례 절차에 적극 개입하고, 장례의식과 화장 과정에서 염씨 친모의 장례 주재권 행사를 방해한 사실에 대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경찰 활동이 통제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부터 본격 활동에 돌입한 진상조사위는 과거 사회적 사건 가운데 경찰의 인권침해 의심 사건들에 대해 조사하고 개선안을 촉구하는 기구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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