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원순 시장 “문 대통령이 ‘맥주 미팅’ 제안해 줬으면”

중앙일보

입력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을 순방 중 서울시의 핀테크 산업 지원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을 순방 중 서울시의 핀테크 산업 지원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나라는 규제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대형 은행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 해외 진출이 부진하다”며 “이래서는 ‘금융의 삼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 이스라엘서 기자간담회 #황교안 대표에 관련, "어떻게 저를 그분(황 대표)과 비교하느냐" #"성남 서울공항을 민간공항으로 전환하자"

박 시장은 중동·유럽을 순방 중이던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맥줏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페인계 은행인 산탄데르은행이 영국에 적극 진출한 것처럼 혁신을 통해 새 일자리, 새 기업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분야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혁신이 일어나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은행 규제 덕분에 먹고살아”  

이번 순방 중 그의 메시지는 경제 활성화였다. 연초부터 박 시장은 ‘경제특별시장’을 자임해왔다. 당면 과제로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규제 개혁을 꼽았다.

박 시장이 규제가 성장 발목을 잡은 또 다른 사례로 제시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글로벌비즈니센터(GBC)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7만9341㎡ 부지를 10조원대에 매입, 3조7000억원을 투입해 통합사옥과 호텔·컨벤션센터 등을 짓는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에서 부동산시장 안정, 수도권 인구 유입 저감 대책 등을 요구하며 3차례 보류되다가 올 초 최종 통과됐다. 지난달 서울시와 현대차가 1조7000억원의 기여금 이행에 합의하면서 이르면 7월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잠실 롯데타워 건설 때 하루 35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GBC는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가 GBC 허가를 3년째 내주지 않았다. 이런 게 대체 어디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서울이 마이스(MICE) 세계 2위다. GBC가 마이스에서 아주 중요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마이스는 기업회의(Meeting)와 포상관광(Incentive travel)·컨벤션(Convention)·박람회(Exhibition)의 영문 머리글자로, 박 시장이 첫손에 꼽는 서울시의 성장동력 산업이다.

이 대목에서 박 시장은 주로 군사용이나 대통령 전세기 이용 때 쓰이는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을 민수용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 (서울공항에선) 전세기가 1년에 몇 편 뜨지도 않는다”며 “인구 2500만 명이 있는 수도권에 (공항은) 인천공항·김포공항 두 곳이 전부다. 서울공항을 민수용으로 전환해 수도권 내 공항 증설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CES 참가해 도시 운영 노하우 수출할 것”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국제소비자가전쇼(CES)에 참가할 뜻도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보유한 도시 건설·운영 시스템을 얼마든지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1월 CES에 나가 세계 최첨단인 ‘디지털시장실’을 제대로 마케팅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대중교통 주차환승, 상하수도 인프라, 스마트시티 구축 등을 열거하면서 “세계 어느 도시에 내놔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10월 취임한 박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서울시장은 국무회의 의결권은 없지만 발언권은 있다. 박 시장은 박 전 대통령 시절 1대4, 1대5로 자주 언쟁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과는 독대 의사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 HFN 로펌 콘퍼런스 홀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엘리트 특수부대인 ‘8200부대’와 ‘탈피오트’ 출신 기업가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 HFN 로펌 콘퍼런스 홀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엘리트 특수부대인 ‘8200부대’와 ‘탈피오트’ 출신 기업가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어린이집 누리수당 도입을 놓고 갈등을 빚자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모여 회의 한 번 하자’는 제안을 했어요. 그랬더니 교육부총리부터 안전행정부 장관, 경제부총리가 차례로 나서서 반박하는 겁니다. 그날 회의가 끝나고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이 째려봤던 기억이 선명해요. 문 대통령은 회의 끝날 쯤 ‘할 말씀 없으세요’라고 물어 보세요. 그러지 말고 ‘박 시장 맥주 한 잔 하면서 1시간만 얘기합시다’ 하면서 따로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러면 지방분권 등등 현안을 기탄없이 건의할 겁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제를 실현한다’는 게 대통령 공약이었잖아요.”

황교안 대표와 비교에 “굉장히 다른 길 걸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자신을 비교하는 시각에 대해선 확실한 대립각을 세웠다. 이력도, 세계관도 다르는 것이다. 박 시장은 “어떻게 저를 그분(황 대표)과 비교하느냐”며 “그분은 권력의 편에서 늘 권력과 함께한 분이고, 저는 그 권력을 비판하고 저항해 오직 국민 권리와 이익을 지킨 사람”이라고 대비시켰다. 이어 “경기고와 검사 출신인 것은 같지만 그분은 공안 검사, 저는 인권 변호사로 굉장히 다른 길을 걸었다. 같은 국가보안법 책을 쓴 건 맞는데 그분은 국보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할까 연구했고(『국가보안법 해설』, 저는 국보법이 어떻게 남용돼 인권을 침해했는지(『국가보안법 연구』) 저술했다”고 부연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7~8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황교안 대표에 대한 호감도는 19.7%였다. 박 시장은 이낙연 국무총리(17.7%),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11.7%)에 이어 7.1%로 4위였다.

정치인으로서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1000만 서울 시민이 지지하는 시장인데 왜 세력이 없나”고 되물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도 처음엔 천정배 의원 혼자서 지지했다. 결국 국민이 세력이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의 최측근인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최근 사퇴하고, 고향인 전북 정읍·고창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진성준 전 정무부시장을 비롯해 현 정무라인 중 일부 인사도 내년 총선 출마를 타진 중이다.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해선 “그것은 기본적으로 한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 역사는 세월호 사건이 있기 전후로 나뉜다”며 “세월호 기억공간은 재난에 대해서 시민들이 늘 경계하고, 인식하고, 교육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진상조사가 끝나고, 기념관이 완성되면 여기에 계속 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