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을 겨냥해 ‘달창’이라 지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달창은 ‘달빛창녀단’의 준말로,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성들을 성적으로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다. 나 원내대표는 즉각 사과했으나, 일각에선 나 원내대표가 과거 ‘일베발(發)’ 주장을 펼친 사례를 재조명하고 있다.
나경원 “달창 의미 몰랐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문 대통령과 특별대담을 한)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빠는 문 대통령을 뜻하는 ‘문’과 열렬한 지지자를 뜻하는 ‘빠’를 합친 말이다. 달창은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인 ‘달빛기사단’을 속되게 부르는 인터넷 은어로, 여성비하의 의미도 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발언 3시간 30분 만에 입장문을 내고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사과드린다”며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 결코 세부적인 그 뜻을 의미하기 위한 의도로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일베 즐겨찾기’ 논란 불거져
달창이라는 표현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자 인터넷 등에선 과거 나 원내대표가 일베가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일베를 두둔한 사례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2016년 10월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故) 백남기씨 농민 사망 원인이 물대포가 아니라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의 폭행 때문이라는 의혹을 언급했다. 이른바 '빨간 우의 가격설'은 일베를 통해 확산됐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사실 확인 없이 일베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되풀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일베를 폐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3만 명이 참여했을 땐 “일베 폐쇄 추진은 표현의 자유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행위”라며 “방송 장악에 이어 인터넷 공간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밝혔다.
일각에선 “이런 전례에 비춰봤을 때 나 원내대표가 달창이라는 표현을 일베 용어였는지 몰랐다는 주장은 의심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당 측은 실수였다는 입장이다. 달창 발언은 나 원내대표의 애드립이었다고 한국당 측은 전했다. 달창의 뜻을 들은 나 원내대표도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는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11일 어떤 분이 페이스북을 보여주며 달창이라는 말이 있다고 나 원내대표에게 말했다”며 “문빠·문팬 같은 용어로 알았지 그런 뜻인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