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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우주 속 재료로 화성·달 우주인 거주지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디자인 업체 AI 스페이스팩토리가 달과 화성에 짓고자 하는 우주인 거주지 '마샤'의 조감도. 이번 미국항공우주국이 주최하는 3D 우주 거주지 프린팅 대회에서는 실제 크기의 3분의 1인 높이 4.7m 크기의 마샤가 완성됐다. 완성에는 총 30시간이 소요됐다. [사진 AI스페이스팩토리]

미국의 디자인 업체 AI 스페이스팩토리가 달과 화성에 짓고자 하는 우주인 거주지 '마샤'의 조감도. 이번 미국항공우주국이 주최하는 3D 우주 거주지 프린팅 대회에서는 실제 크기의 3분의 1인 높이 4.7m 크기의 마샤가 완성됐다. 완성에는 총 30시간이 소요됐다. [사진 AI스페이스팩토리]

거대한 로봇팔이 흰색 자갈밭에 적갈색의 ‘잉크’를 뿌리기 시작한다. 미국 디자인 회사 ‘AI 스페이스팩토리’가 3D 프린터를 이용해 집을 '인쇄'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린터는 원형으로 잉크를 쌓고, 창문 설치를 위한 철골도 스스로 얹었다. 건설 현장을 감독하는 직원들은 모니터로 상황을 체크할 뿐 작업에 직접 손을 대지 않았다. 작업 시작 약 30시간 후, 드디어 긴 항아리 모양의 집이 완성됐다. 집의 이름은 ‘마샤’. 달과 화성에서 우주인이 생활하기 위한 ‘우주인용 주거지’다.

미국 디자인 회사 ‘AI 스페이스 팩토리’ #NASA 3D 우주 거주지 프린팅 대회 우승 #현무암 등 친환경 물질로 자재 합성해 #30시간 만에 높이 4.7m ‘마샤’ 완성

미국 우주 당국이 2024년과 2033년 각각 화성과 달 유인 탐사계획을 공언한 가운데 우주인이 생활할 주거지 구상도 속속 현실화하고 있다. 10일 스페이스닷컴 등 우주전문매체에 따르면, AI 스페이스팩토리는 높이 약 4.57m의 우주인 거주지 ‘마샤’를 완성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최한 ‘3D 우주 거주지 프린팅 대회(3D Printed Habitat Challenge)’ 3단계에서 최종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총 50만 달러(약 5억 8900만원)에 달했다.

MARSHA 짓는 모습.

MARSHA 짓는 모습.

1915년 전신인 국가항공자문위원회(NACA)가 설립된 후 100주년을 맞은 NASA는 2015년 ‘NASA 센테니얼 챌린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우주 속 재료를 이용해 자재를 만들고, 3D프린터로 우주 거주지를 인쇄하기 위한 해당 기술 경진대회도 문을 열었다. 총 4단계로 진행되며 현재 3단계 최종 평가가 완료된 상태다. 1단계는 우주 거주지 디자인, 2단계는 거주지의 기본 골격 및 자재 제작, 3단계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최종 모델의 3분의 1 크기로 집을 인쇄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마지막 4단계에는 실제 크기의 기지를 짓는 것을 평가한다.

AI 스페이스팩토리는 하루 10시간씩 3일에 걸쳐 3D 프린터를 가동해 마샤를 완성, 3단계 최종 우승자가 됐다. 재료로는 화산 활동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생성된 현무암과 생물 고분자 물질을 합성한 친환경 ‘3D 페인트’를 사용했다. NASA 등 심사위원들은 마샤의 내부에 연기를 주입, 연기가 새어 나오는지를 보고 건물의 완성도를 평가했다. 굴삭기 등을 이용해 충격 테스트 역시 시행했다. 그 결과, 콘크리트를 사용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팀의 작품보다 마샤가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3D 프린터로 거주지를 완성하면 그 안에 기타 소재로 만든 모듈을 설치해 이중으로 우주 방사선을 막아내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다. 심사를 맡은 NASA 등은 마샤의 내부에 연기를 투입해, 이것이 새어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평가를 진행했다. [사진 AI스페이스팩토리]

3D 프린터로 거주지를 완성하면 그 안에 기타 소재로 만든 모듈을 설치해 이중으로 우주 방사선을 막아내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다. 심사를 맡은 NASA 등은 마샤의 내부에 연기를 투입해, 이것이 새어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평가를 진행했다. [사진 AI스페이스팩토리]

NASA가 우주에서 3D 프린터로 집을 지으려는 이유는 뭘까.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구에서 타 행성으로 건축 재료를 운반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며 “이 때문에 3D 프린터만 가져가 현지에서 원료를 합성하면 훨씬 경제적으로 우주 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각 팀은 자재를 합성하는 기술도 각자 확보하고 있다.

한국 연구진 역시 3단계 미션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2단계 최종 평가에서 3위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이태식 한양대 건설공학과 교수는 “한양대·뉴빌리티 공동 연구진 역시 이번 우승팀과 같은 자재 합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최종 단계에는 참가해 실측 크기의 우주인 거주지를 인쇄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NASA와 함께 하와이제도 마우이섬에 약 120만평 규모의 ‘달 기지 실증단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AI스페이스팩토리팀이 NASA가 주최한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직후의 모습. [사진 AI스페이스팩토리]

AI스페이스팩토리팀이 NASA가 주최한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직후의 모습. [사진 AI스페이스팩토리]

한편 AI 스페이스팩토리는 해당 기술을 지구에 적용해 친환경 거주지인 ‘테라’ 조성에 나선다. 데이비드 맬로트 AI 스페이스팩토리 최고경영자는 “콘크리트의 경우 재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막대한 자원이 낭비된다”며 “반면 생분해성 물질을 (건축 자재로) 사용하면 지구의 환경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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