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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추대했더니 고사···원내대표 난관 빠진 평화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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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57차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57차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평화당이 차기 원내대표 선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당은 원내대표 경선으로 떠들석 한데, 평화당은 “할 사람이 없네”

지난 7일 박지원 의원 등 평화당 소속 전남 지역 의원들은 조찬 모임을 갖고 천정배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로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6선의 경험이 있는데다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평화연구원장을 맡은 천 의원이 위기에 빠진 당을 살리는 데 적임자라고 뜻을 모았다.

조찬 모임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차기 원내대표 선출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런 의견을 밝혔다. 정동영 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의원이 이에 동의했다. 그간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조배숙ㆍ황주홍 의원도 천 의원이 합의 추대되면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천 의원으로 합의 추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최종 결정 절차는 9일 의총이 될 수 있고, 그 전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차기 원내대표 후보자 등록이 이날 오후 3시까지 진행됐지만 아무도 등록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합의 추대 대상이 된 천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지 않겠다”고 나오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천 의원은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당이 존립의 갈림길에 선 상태인데 새로운 인물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본다. 난 이미 15년 전에 열린우리당에서 원내대표를 맡기도 해서 당 쇄신에 맞는 새로운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 말고 원내대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당에 있는데 그분들을 물리치면서까지 원내대표를 하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평화당 관계자는 “7일 의총에서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유성엽 의원이 합의 추대에 반대 의사를 보이니, 천 의원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라고도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천 의원이 선수(選數·6선)·나이(65세)·정치경력(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법무부 장관, 국민의당 공동대표)에 비춰 볼 때 다른 당 원내대표들에 비해 너무 중량급이어서 본인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천 의원이 2016년 말에 대선 출마 선언까지 한 정치인인데 이제와서 ‘실무총책’인 원내대표를 맡으라면 격에 안 맞는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9일 의총 전까지 최대한 천 의원을 설득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평화당 의총에서 천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로 추대될지, 새로 후보자 등록을 받아 경선 방식으로 원내대표를 뽑을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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