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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차 배터리 기술, 알루미늄서 찾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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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10회 홍진기 창조인상 수상자
과학기술부문 최장욱 서울대 교수 

유민(維民) 홍진기(1917~86) 한국 최초 민간 방송인 동양방송(TBC)을 설립하고 중앙일보를 창간해 한국 대표 언론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유민(維民) 홍진기(1917~86) 한국 최초 민간 방송인 동양방송(TBC)을 설립하고 중앙일보를 창간해 한국 대표 언론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발전기에 정부·기업·언론 분야에서 창조적인 삶을 실천하는 데 힘을 쏟았던 고(故) 유민(維民)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열 번째 영예를 안은 올해 수상자들은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창의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힘과 긍지를 세계에 떨치고 새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는 이홍구 전 총리, 송자 전 교육부 장관, 송호근 서울대 석좌교수,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맡았다. 이홍구 심사위원장은 “기성세대의 과거 업적을 포상하는 기존 상들과 차별화해 인류 문명의 변혁기에 젊은 세대의 미래 가능성을 격려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리튬 기반 배터리보다 싸고 힘세 #1회 충전 400㎞ → 800㎞ 가능 #세계 2차전지 경쟁 가장 앞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200만 대에서 2025년 1100만 대까지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13억 거대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 업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업체들도 사활을 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과학기술부문 최장욱 서울대 교수

과학기술부문 최장욱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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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욱(44)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교수는 이런 세계 배터리 경쟁의 최선두에 서 있는 과학기술인이다. 그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2016년)인 미국 노스웨스턴대 프레이저 스토다트 교수와 공동 연구로, 지난해 알루미늄 기반의 차세대 2차전지 시스템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전지는 가격이 비싸다. 전기차값의 절반이 배터리 가격이다. 최 교수는 가격이 저렴하고 전기 발생 능력은 뛰어난 알루미늄에 주목했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알루미늄 전지 전극 소재의 결정적 단점은 삼각형 모양의 유기 분자 구조를 만들어 극복했다. 최 교수의 연구가 상용화되면 현재 400㎞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가 600~800㎞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대 제2 공학관 연구실에서 만난 최 교수는 “전기차 시대의 핵심은 배터리에 있다”며 “배터리의 효율을 높여 주행거리를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핵심 재료를 가진 사람이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부분의 핵심 특허 확보와 공정 노하우, 이를 통한 수율 확보에 기여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화학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토다트 교수는 박사 과정 시절 지도 교수이기도 하다. 최 교수의 박사 논문은 스승의 전공 분야인 분자기계를 메모리 디바이스에 적용한 것이었다. 이후 시카고대와 스탠퍼드대 박사후연구원 등을 거쳐 2010년 귀국했다. KAIST 교수가 된 그는 스승 스토다트 교수와 함께 분자 구조로 새로운 배터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고안했다. 분자기계의 일종인 도르래 고분자 소재를 2차전지에 적용해 2017년에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2차전지 분야에서는 매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한 연구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최 교수에겐 연구과제가 넘쳐난다. 차세대 배터리 연구를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뿐 아니라, 삼성SDI·LG화학 등 2차전지 관련 국내외 기업들도 최 교수를 찾아와 공동연구를 의뢰한다.

최 교수는 “스승인 스토다트 교수가 세계적 석학이지만 2016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을지는 몰랐는데 정말 놀랐다”며 “스승의 분자기계 연구가 새로운 배터리 소재 연구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최장욱(1975년생)

▶언남고-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칼텍공대 화학공학과 박사, 2010년 KAIST 교수 임용 ▶‘2025년 대한민국을 이끌 100대 기술 주역’(2017년),  세계 1% 우수연구자(HCR·2016~2018) ▶현재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부교수(2017~ )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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