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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데 시끄럽다" 취준생, 집안서 분신 사망…부모도 화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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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중랑구의 한 주택에서 취업준비생 A(35)씨가 분신을 시도해 숨졌다. A씨의 어머니(58)는 이를 말리다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3도 화상은 신경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의 부상이다. A씨의 아버지도 손에 화상을 입었다.

중랑구의 한 다세대주택. A씨는 이 주택 1.5층에 살았다. 길가와 가까워 집안에서 소음이 들릴 수 있는 위치다. 편광현 기자

중랑구의 한 다세대주택. A씨는 이 주택 1.5층에 살았다. 길가와 가까워 집안에서 소음이 들릴 수 있는 위치다. 편광현 기자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쯤, 집안에서 잠을 청하던 A씨가 갑자기 자신의 몸에 액체를 붓고 불을 붙였다. A씨 어머니가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A씨가 “너무 시끄럽다”고 말한 뒤 푸른색 액체를 몸에 붓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해당 액체의 성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경찰은 “딸이 오랜 기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합격하지 못했고, 직장에도 수차례 들어갔지만 3개월 이상 오래 일해본 적이 없다”는 가족의 진술과 불에 붙는 액체가 준비돼있었던 점을 토대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평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 적은 없지만, 최근 평소 꿈이었던 시인 등단에 실패해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가족 진술도 확보했다.

A씨의 분신이 화재로 이어져 다세대주택의 2층과 3층에 전기가 끊겼다. 편광현 기자

A씨의 분신이 화재로 이어져 다세대주택의 2층과 3층에 전기가 끊겼다. 편광현 기자

기자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가 최근 소음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한 이웃들이 있었다. 인근 중국집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2주 전 A씨로부터 ‘중국집 직원들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해달라’는 전화가 왔었다”며 “소음에 예민한 사람이라는 생각 정도만 했는데 그런 일까지 일어났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50대 주민 B씨는 “며칠 전 지나가는데 A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그 집 창문을 열고 주민들을 향해 ‘조용히 좀 해달라’고 소리쳤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일 종합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며, 사망원인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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