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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정치권서도 뜨거운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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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가 날아가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가 날아가는 모습.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휴일인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 북한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정부가 엄중하게 대처해야 하는데','미사일인지 발사체인지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휴일인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 북한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정부가 엄중하게 대처해야 하는데','미사일인지 발사체인지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뉴스1]

한국당, 특위 열고 “미사일→발사체, 정정과정 밝혀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북한의 군사도발과 관련 “정부가 북한 도발 위협을 축소한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5일 북핵외교안보특위(북핵특위)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이를 특위의 첫 과제로 꼽았다.

황 대표는 “정부 당국이 최초 미사일이라 했다가 40분 만에 발사체라고 정정했다. 특위 차원에서 발표 정정 과정을 철저하게 추적해달라”며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러시아 이스칸데르 계열 미사일이라면 유엔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 지적했다. 정부 당국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안보리 결의를 의식해 미사일을 발사체로 호도하고 있다는 게 발언 취지다.

당 북핵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도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발사체로 부르는 기막힌 현실”이라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현대판 홍길동전을 보는 듯 하다. 합참은 왜 미사일을 발사체로 변경했는지 그 과정과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의에 참석한 군 출신 인사들은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증대한 점을 경고했다. 국방부 차관 출신인 백승주 의원은 “북한이 소형 핵무기 탑재 의도가 있는 걸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고, 합참 작전본부장과 차장을 지낸 신원식 특위 자문위원은 “이스칸데르 계열 미사일은 사드나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요격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대통령이 3일 군 업무보고에서 9·19 합의 이행을 강조했는데, 바로 다음날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이는 한국이 미국과 전혀 정보공유가 안된다는 증거”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4일에도 “발사체라는 정부 발표는 거짓”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이 문제는 여야간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5일 오전 “정부 발표가 거짓이라고 속단하는 건 정당 대표로서 옳지 않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데 이어, 오후에도 “만약 미사일이라면 북한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민주 “대북제재 위반 아닌 걸로 판단”, 바른미래 “저강도 도발”

북한이 4일 오전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여러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9시6분경부터 9시27분경까지 원산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발사된 발사체는 동해상까지 약 70㎞에서 200㎞까지 비행했으며 미사일 발사 의도와 기종 등 추가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분석 중에 있다. [뉴스1]

북한이 4일 오전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여러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9시6분경부터 9시27분경까지 원산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발사된 발사체는 동해상까지 약 70㎞에서 200㎞까지 비행했으며 미사일 발사 의도와 기종 등 추가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분석 중에 있다. [뉴스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와 관련된 별도 입장을 내진 않았다. 다만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한미 군사당국은 탄도미사일이 아닌 방사포 또는 전술 로켓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시간을 늦추지 말고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북한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남북 대화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도발을 “저강도 도발”로 규정하면서도 정부의 대북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에 대해 무한신뢰를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더 냉정한 전략을 수립하되 원점 회귀는 안된다”며 대화 기조는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 역시 “한반도 비핵화를 역주행하는 과거회귀적인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며 “북한은 지금이라도 4차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해 교착상태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우리의 전략적 실패다. 협상의 판이 깨질까 우려된다”면서도 “정부는 3차 북미회담 성사를 위해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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