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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을 읽다] '흉측하다'던 에펠탑은 어떻게 세계적인 명소가 됐나

중앙일보

입력

“결국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커뮤니티가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테마는 지역 조성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죠. 그 지역이 직면한 사회 문제까지 고려해야 공간이 지역 안에 녹아들기 때문입니다.”

나카가와 케이분 일본 UDS 대표, <폴인 fol:in [디지털 리포트] 밀레니얼의 도시>에서

[폴인을 읽다] ‘흉측한 건축물’이 사람을 유혹하는 명소가 되기까지

지금은 전 세계 관광객을 유혹한느 파리 에펠탑은 처음 만들어질 당시 &#39;흉측하다&#39;고 비난을 받았다. [사진 이두형]

지금은 전 세계 관광객을 유혹한느 파리 에펠탑은 처음 만들어질 당시 &#39;흉측하다&#39;고 비난을 받았다. [사진 이두형]

어떤 지역, 하면 바로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있습니다. 반대로 랜드마크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 지역이 단박에 연상되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뉴욕과 ‘자유의 여신상’, 베이징과 ‘천안문’ 같은 곳입니다. ‘에펠탑’ 역시 파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입니다. 단순한 거대 철조물 같으면서도 어딘가 ‘시크’한 매력이 있지요. 또 그 웅장함에 사뭇 놀라기도 합니다. 화려하게 빛나는 한밤의 에펠탑은 낭만과 로맨틱함을 한껏 뿜어냅니다. 에펠탑은 파리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입니다.

그런데 에펠탑이 처음부터 지금같지는 않았습니다. 에펠탑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파리 시민 뿐 아니라 당대 많은 사람들이 에펠탑 건설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합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기 드 모파상의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는 이 흉측한 건축물이 오히려 파리를 훼손한다며 요즘말로 ‘극혐’, 극렬히 혐오했습니다. 그는 에펠탑에 있는 식당에서 종종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 곳이 파리 시내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을 볼 수 없는 장소였기 때문이랍니다. 그 정도로 에펠탑이 싫었던 거지요.

오늘날 에펠탑은 파리를 대표하는 곳이자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매력적인 명소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낭만 가득한 로맨스든 피로한 여행의 연장선에 불과하든 이곳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이렇게 다양한 맥락과 이야기가 쌓일수록 에펠탑은 더 많은 사람들을 꾀어낼 것입니다.

커뮤니티의 조건 

커뮤니티, 혹은 지역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활기를 띄려면 이처럼 사람을 끌어오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모여든 에펠탑은 누군가에게는 경제 생활의 기반이 됩니다. 또 이곳에서 낭만을 찾는, 혹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는 사람들이 계속 유입되면서 이 동네는 새로운 활력을 얻습니다. 즉, 어느 공간이 커뮤니티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이곳을 채우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화학 반응을 일으켜 그 지역만의 색깔을 지니게 될때 공동체는 탄생합니다.

그럼 일상의 관점에서 사람을 모으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생활 그 자체일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돈이 풀리는 곳에 자연스럽게 사람이 몰려들지요. 이 같은 효과를 보고자 미국의 수많은 도시들이 아마존의 제2본사 유치전에 뛰어들었고요. 일자리가 있는 곳은 언제나 사람들이 모여들게 됩니다.

부모에겐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중요하다. 특목고 입시설명회에 몰린 학부모들. [중앙포토]

부모에겐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중요하다. 특목고 입시설명회에 몰린 학부모들. [중앙포토]

부모라면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뜨겁다 못해 데일 것만 같은 교육열을 가진 곳이라면 더욱 그러하죠.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들어가고 싶은 ‘강남 8학군’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경제적 부담이 크더라도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곳, 이와는 좀 다르게 비록 교육 시스템의 혜택은 덜 얻더라도 아이들이 열린 자연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 그런 곳에 또 사람들이 모입니다.

명소를 기획할 수 있을까

이처럼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그 공간이 개인의 기대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낭만과 로맨스, 경제적 풍요, 혹은 자녀의 교육 등 그곳에 가면 나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장소에 사람들이 모이는 거지요. 그래서 활기를 잃은 지역을 되살리는 것, 다시 말해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은 오늘날 사람들이 무엇에 목말라 하는지 정의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이어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채워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하지요.

이미 도시라는 주어진 공간을 재활용하는 기획을 고민하는 데 있어 이 모든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마다 바라는 것이 천차만별이고, 이미 짜여진 판에서는 선택의 수가 제한된 법이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지금까지 수많은 도시 설계자들이 다시 무에서 유를 만드는 ‘재개발’에 몰입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마치 게임판을 뒤집어엎듯이 말입니다. 기존의 건물을 헐어버리고 다시 강물을 틔우고 숲을 만들거나, 신기루와 같은 마천루를 세우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동시에 끔찍한 배제와 참사를 가져오기도 했지요. 또 다양한 개인의 욕구를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서 다른 가능성들을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무지호텔을 기획한 UDS의 나카가와 케이분 대표가 '새로운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건물 또는 장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그 지역이 지속적으로 ‘명소’로서 기능하게 하는 것. 그래서 UDS는 실제 ‘운영’이 가능하도록 기획하고 설계하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나카가와 케이분 일본 UDS 대표, <폴인 fol:in [디지털 리포트] 밀레니얼의 도시>에서

폴인fol:in 스토리북 표지. [사진 폴인]

폴인fol:in 스토리북 표지. [사진 폴인]

폴인 fol:in [디지털 리포트] 밀레니얼의 도시에는 시티체인저들의 기획, 즉 사람을 모으는 명소를 만드는 이들의 고민이 깔려있습니다. 이들의 시도를 ‘실험’이라 부르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들의 작업은 도시의 가려진 가능성을 살리기 위해 어느 선까지 변화하고 배제해야 할 것인지 알기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기존의 도시계획이 암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하는 방사능 치료라면, 시티체인저들의 시도는 건강한 세포와 장기는 살리면서 암세포만 떼어내는 방법을 강구하는 실험이랄까요.

기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잃어버렸던 가능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또 지역을 살리는 데 있어 어떤 것은 가져가되 다른 것은 잘라내는 작업도 이어질 것입니다. 무엇을 잘라야 할 지는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또 실험들이 실패할 수도 있고 속도가 더딜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시도들이 계속 이어질 때 앞으로의 방향성이 더욱 구체화될 것입니다. 이때 도시의 삶을 사는 우리의 열린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싹을 틔울 것입니다.

이두형 폴인 객원에디터 folin@foli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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