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텔스기 20대 활주로 결집···중·러 보란 듯 '코끼리 걷기'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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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2019년 5월 1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뷰퍼트 해병 비행기지에서 제501 해병 전투 공격 훈련 비행대대 소속 F-35B 20대가 '코끼리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미국 해병대는 1일(현지시간) 미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뷰퍼트 비행기지에서 이뤄진 F-35B 라이트닝Ⅱ 20대의 ‘코끼리 걷기(Elephant Walk)’ 사진들을 공개했다.

영국 동물원에서 선보인 코끼리 걷기. [사진 트립어드바이저]

코끼리 걷기는 최대 출격 훈련(maximum sortie surge)을 위해 군용기들이 활주로에서 촘촘한 간격으로 줄을 맞춰 이륙하는 장면을 일컫는 말이다. 마치 뒷 코끼리가 코로 앞 코끼리의 꼬리를 잡으면서 코끼리 무리가 한줄로 이동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며 ‘코끼리 걷기’라 불렸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국 폭격기들이 수백 대씩 군집 대형으로 비행하기 위해 활주로에서 일렬로 이륙하던 과정에서 비롯했다. 미 공군의 공식용어다.

코끼리 걷기는 최단 시간 안에 최대 규모로 출격하는 절차를 익히는 목적의 훈련이지만, 위력을 과시하는 용도도 있다.

F-35B가 수직이륙하는 장면. [미 해병대 유튜브 캡처]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공군용인 F-35A, 해병대용인 F-35B, 해군용인 F-35C로 나뉜다. F-35B는 수직이착륙을 할 수 있다. 이날 F-35B 코끼리 걷기를 보여준 부대는 제501 해병 전투 공격 훈련 비행대대(VMFAT 501)였다. 지난해 10월 이 부대 소속 F-35B 1대가 연료관 결함(추정) 때문에 추락한 적 있다.

왼쪽에서 둘째 F-35B가 이탈리아 해군 소속이다. [사진 미 해병대]

미 해병대는 사진 설명에서 “미 해병대와 동맹국의 차세대 F-35B 조종사들을 훈련하기 위해 비행대대는 전투준비태세를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유지한다는 의무를 다시 확인했다”고 적혀있다. 이날 미 해병대와 함께 코끼리 걷기에 참가한 F-35B 가운데 영국 해군과 이탈리아 해군의 기체도 보였다고 한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자국 해군의 항공모함에 사용하기 위해 F-35B를 주문했고, 두 나라 F-35B 조종사들이 뷰퍼트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2019년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가 E-3 센트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C-17 글로브매스터 Ⅱ 수송기와 함께 코끼리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2019년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가 코끼리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2018년 11월 미국 유타주 힐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코끼리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미국의 항공전문 매체인 에이비에이셔니스트는 “이번 코끼리 걷기는 지난달 일본의 F-35A 추락 사고 이후 잇따른 비판에 대해 F-35의 준비태세가 상당히 나아졌다는 사실을 보기 위해 마련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스텔스기 코끼리 걷기는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 3월엔 미 공군이 F-22 랩터로, 지난해 11월엔 F-35A로 코끼리 걷기를 선보였다.

2012년 청주 공군기지에서 공군의 F-4E 팬텀Ⅱ 18대가 코끼리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공군]

2012년 3월 2일 군산 공군기지에서 한ㆍ미 공군의 F-16 전투기 60대가 코끼리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공군]

2016년 2월 3일 군산 공군기지에서 미국 공군의 F-16 전투기들이 야간에 코끼리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현재 스텔스기 전투기로 코끼리 걷기를 연출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중국은 J-20, 러시아는 Su(수호이)-57이라는 스텔스기를 각각 개발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자국의 스텔스기를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방에선 두 나라의 주장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정보 소식통은 “중국은 2017년부터 양산 중이라지만 Ju-20은 현재 20대 미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러시아 언론에선 Su-57을 양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엔진 문제로 본격 양산 단계는 아니다”며 “서방 언론에선 Su-57이 10대 안팎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