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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에 독설 날린 이해찬, 3년 만에 만나 이번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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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은 2일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했다. 지난달 29일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 활동과 관련해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반 위원장은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며 “미세먼지 감축 과정에선 사회적 갈등이 일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정쟁으로 비화하는 일이 없도록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적극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또 “대한민국 국회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초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반 위원장이 유엔(UN) 사무총장 재임 시에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일을 반 위원장님이 맡으셔서 잘 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기대하고, 저희 당도 적극적으로 도와드리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7월 주한 스페인 대사 등 4개국 대사의 신임장을 제정받기 위해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며 청와대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7월 주한 스페인 대사 등 4개국 대사의 신임장을 제정받기 위해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며 청와대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날 만남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사실 둘의 공직 생활과 정치 이력을 돌이켜보면 서로에게 반가운 만남만은 아니다. 반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외교통상부 차관직에서 경질됐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그를 대통령 외교보좌관으로, 2004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발탁한다. 반 위원장이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도와준 이도 노 전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사망한 뒤 반 위원장은 친노 그룹과 거리가 멀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에 뛰어든 2017년 1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에 뛰어든 2017년 1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대표와 반 위원장은 2016년 6월 조우할 기회가 있었다. 미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한 이 대표가 유엔 사무총장이던 반 위원장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만남 직전 교민과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은) 외교 차원의 정치는 (어느 정도) 하지만 경제ㆍ사회ㆍ정책ㆍ문화ㆍ교육 등 외교 관계 이외에 나머지 영역에서는 인식이 그렇게 깊지 않다” 등의 독설을 쏟아냈다. ‘반기문 대망론’이 떠오르던 때였다. 결국 만남은 하루 전에 취소됐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고 둘은 다시 만났다. 이날 분위기는 밝았다. 이 대표가 마이크가 꺼진 채로 모두 발언을 하려고 하자 반 위원장이 대신 켜줬고, 이 대표는 “반 위원장은 저와 참여정부에서 같이 일했고 그로부터 15년 가까이 지났다”며 과거를 회고하기도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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