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융앱, 딱 하나만 살아남는다"…34세 뱅크샐러드 CEO의 자신만만

중앙일보

입력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왼쪽)와 최재웅 CRO가 4월 2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뱅크샐러드'와 금융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왼쪽)와 최재웅 CRO가 4월 2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뱅크샐러드'와 금융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당신의 금융자산은 현재 얼마인가. 이 질문에 1분 이내에 가장 정확하게 답하는 방법이 있다. ‘뱅크샐러드’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확인하는 것이다. 공인인증서를 한번 등록해두면 거의 모든 금융자산(예금·카드·보험·대출 등) 현황을 불러모아 한눈에 보여준다. 예금·대출·보험·카드상품의 맞춤형 추천도 제공한다.

레이니스트 김태훈 대표 #"광고 없는 중립성으로 차별화" #카드사 출신 최재웅 CRO #"다른 금융사는 따라올 수 없는 모델" #두사람 모두 "달라진 금융위 칭찬"

레이니스트는 ‘신경 꺼도 내 돈 관리’ 컨셉으로 돌풍을 일으킨 금융앱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다. 모바일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가입자 320만, 금융상품 연동 관리금액 87조원으로 급성장했다. 뭐가 특별하기에. 김태훈(34) 레이니스트 대표와 최재웅(45) CRO(수익부문 최고책임자)를 2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뱅크샐러드, 어떻게 탄생했나.  
(김태훈)“돈이야말로 중요한데 ‘너 돈 얼마 있어’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돈 관리 좀 한다는 사람들은 엑셀파일에 자산 내역을 정리하더라. 2020년이 코앞인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데이터를 활용해서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최재웅)“카드사에서 일할 때 답답했다. 모든 카드사는 빅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절름발이다. 통상 신용카드를 2~3장 쓰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데이터만 봐서는 라이프스타일을 예측할 수 없다. 지난해 2월 태훈님을 만나고 이건 다른 금융회사가 따라할 수 없는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뱅크샐러드는 회사 수익이 아닌 고객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으로 상품을 추천한다. 광고가 없으면 수익에 한계가 있는데.
(김)“그것이 차별화되는 점이다. 상품 추천이 광고비가 아닌 개인 데이터를 컴퓨터가 분석해 이뤄진다. 뱅크샐러드는 고객이 데이터를 줘서 가능한 서비스다. 우리가 데이터에 기반해 상품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데이터를 주지 않을 것이다. 이건 기업 철학이다. 그 철학을 맹신해야만 한다.”
'신경 꺼도 내 돈 관리'를 내세우는 데이터 기반 금융 앱 '뱅크샐러드'.

'신경 꺼도 내 돈 관리'를 내세우는 데이터 기반 금융 앱 '뱅크샐러드'.

매출이 얼마인가. 이익은 올리고 있나.  
(김)“매출을 공개하진 않지만 6개월 동안 4배로 성장했다. 카드 발급 장 수도 6개월 전 월 1000~1500장에서 지금 5000장으로 늘었고, 올 연말엔 1만5000장을 찍을 거다. 이익은 어느 정도 올린다. 그 대부분을 보안에 투자한다.”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린다. 기존 금융회사도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김)“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무수한 재료다.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모바일 금융서비스는 한두개만 남는다.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이다. 고객 선택을 받는 1개 앱만 살아남는다. 중립성과 개인화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많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신한은행이 국민카드도 판다면 모르겠지만 과연 그게 될까.”
기존 금융회사처럼 좋은 대우를 못 해줄텐데, 좋은 인재는 어떻게 확보하나.
(김)“작년 한 해 채용 지원자가 연간 3600명이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1000명이 지원한다(현재 직원 수는 90명). 밀레니얼 세대 핵심인재들은 가슴 뛰는 비전과 영감 주는 사람, 그 두가지가 관심이다. 나보다 더 훌륭한 분들이 많다.”
최근 레이니스트의 ‘스위치 보험’을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보니 어떻던가. 정부가 정말 의지가 있던가.
(김)“엄청난 의지가 있다. 처음엔 ‘쇼잉(보여주기)’ 아니냐 했는데, 정부는 소비자 선택권과 경쟁이 금융에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원래 금융위에 매우 비판적이던 내가 감동받았다.”
(최)“온도차를 확실히 느낀다. 예전엔 질의를 하면 금융당국에선 ‘검토해보고 답변 드린다’고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이제는 담당 사무관이 되는지 안 되는지 바로 답변해주고, 안 된다면 이런 방식으로 해보라고 조언까지 해준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레이니스트의 '스위치보험' 서비스 설명 자료.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레이니스트의 '스위치보험' 서비스 설명 자료.

‘스위치보험’은 여행자보험을 손가락으로 켰다 껐다 하며 이용하는 서비스다. 어떻게 운영하나.
(김)“두가지를 한다. 우선 항공권구매 데이터를 보고 여행자보험이 필요한 순간을 포착해서 알려준다. 가입도 쉽게 한다. 일단 한번 가입하면 이후엔 손가락으로 밀어서 켰다, 껐다만 하면 가입과 해지가 된다.”

어떤 질문에도 답변에 막힘이 없는 김태훈 대표를 보며 궁금증이 일었다. “혹시 ‘있는 집’ 자제인가. 부모님 뒷받침으로 창업한 것 아닌가.”

그는 씩 웃더니 “절대 그렇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에 이른 사연을 이야기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서강대)에 진학한 스무살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었다. 등록금과 월세를 내가 다 댔다. 부모님 돈을 받는 것은 자존심이 상했다. 창업자금 4000만원도 호떡 노점과 과외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이었다.”

창업해도 될지 부모님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었겠다.
(김)“그렇다. 가끔 후배들이 진로 조언을 구한다. 그럼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이상 스스로 진로를 선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독립부터 하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유물적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먹고 입고 자는 걸 받는데, 독립적 개체가 될 수는 없다.”
그럼 김 대표처럼 아이를 키우려면 부모들이 대학 진학 이후 지원을 끊으면 되는 건가.
(김)“아니다. (부모가) 지원을 끊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지원을 거절해야 한다. 그런 결단이 필요하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