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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천천히 오는 분 기다려야” 회담 속도조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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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며 ’새로운 길이고 함께 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4·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며 ’새로운 길이고 함께 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속도 조절’을 언급했다.

판문점선언 1주년 영상 메시지 #청와대 “김정은에 시간 주려는 듯” #북한 기념식 불참, 반쪽 행사 진행

문 대통령은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4·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새로운 길이기에, 함께 가야 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며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메시지는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15일)이라며 4차 남북회담을 공식 제안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8일 “기념식장에 북한이 참석하지 않아 아주 아쉬웠다”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다소 시간을 주려는 것으로도 이해했다”고 전했다.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은 ‘반쪽 행사’로 진행됐다.

4·27 정상회담의 무대가 됐던 도보다리, 평화의집, 군사분계선 등에서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예술가들의 기념공연이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영상 축사를 보내 판문점선언을 축하했다. 그러나 북한은 끝내 행사에 불참했다. 22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행사 계획을 알렸음에도 아예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어갈지, 과거로 되돌아갈지 사이에서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발표했다.

결국 문 대통령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사전에 제작한 영상으로 메시지를 대신했다. 영상 메시지는 김정은 위원장을 의식한 표현이 눈에 띄었다. 당장 현 상황을 진단한 ‘난관’이라는 말은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했던 “어떤 난관과 장애가 가로놓여도 민족의 총의가 집약된 북남 선언들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했던 것과 대구를 이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속도를 언급한 것과 관련, “북·러 정상회담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될 상황이 마련됐다”며 “지금까지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러시아와의 대화라는 절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구체적 논의 상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조금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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