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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주마 마방목지에서 맘껏...'고수목마' 재현

중앙일보

입력

지난 25일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있는 제주 마방목지에서 천연기념물 제주마들이 풀을 뜯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5일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있는 제주 마방목지에서 천연기념물 제주마들이 풀을 뜯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한라산 숲길을 걸으러 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많은 말들을 보게 돼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어요” 지난 25일 관광객 이윤진(32·경남 마산)씨 일행은 유치원생 아이들과 함께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이렇게 말했다.

한라산 중턱 해발 700m에 축구장 127배 초원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일반에 개방 #키 작아 과일나무 밑으로 걸어 과하마로도 불려

지난 25일 제주 마방목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5일 제주 마방목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곳에서 셔터를 아끼는 이는 없다. 백이면 백 카메라를 셔터를 누르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는 모두 말 사진가로 변신한다. ‘제주 마방목지’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제주의 너른 초원을 배경으로 말과 함께 자신 혹은 상대방을 찍는다. 날씨가 좋을 때는 남쪽으로 한라산 백록담이 보여 한층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지난 25일 제주 마방목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5일 제주 마방목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최충일 기자

마방목지의 제주말.                                       최충일 기자

마방목지의 제주말. 최충일 기자

이씨는 “아이들이 실제로 말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안전하게 펜스가 쳐져 있는 데다 말들을 보기 쉽게 따로 전망대까지 마련돼 좋다”고 했다. 제주도를 여행할 때 곳곳에서 승마장 혹은 야초지에서 키우는 말들을 몇 마리씩 접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80 마리가 넘는 말들, 그것도 천연기념물 제주마를 한 번에 보는 기회는 좀처럼 얻기 힘든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있는 제주 마방목지에서 천연기념물 제주마들이 풀을 뜯고 있다. 초원 뒤로 한라산 백록담이 보인다. 최충일 기자

지난 25일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있는 제주 마방목지에서 천연기념물 제주마들이 풀을 뜯고 있다. 초원 뒤로 한라산 백록담이 보인다. 최충일 기자

특히 말의 고장 제주에서 만나는 토종 제주마들이 한라산을 배경으로 풀을 뜯는 모습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멋진 볼거리다. 제주의 옛 선인들이 섬의 경관 중 최고의 절경으로 꼽은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하나로 제주 풍광을 배경으로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장면인 ‘고수목마(古藪牧馬)’를 뽑은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 마방목지는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마방목지는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최충일 기자

이렇게 많은 말들이 한라산 중턱인 견월악 인근 해발 700m 제주 마방목지에 모여 있는 이유는 종을 보호해야 할 천연기념물인 제주마를 초원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곳은 축구장(7140㎡)의 127.5배인 91만㎡의 너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지난 25일 제주 마방목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펜스안 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5일 제주 마방목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펜스안 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하지만 1년 내내 이 말들을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이 추워지는 11월부터 4월 중순까지 말들의 월동을 위해 제주도 축산진흥원 내 제주마 보호구역으로 말들을 옮긴다. 이곳은 방목지보다 해발 고도(500m)가 200m 낮고 인근의 숲이 겨울바람을 차단, 제주마가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2년 동안은 연중 방목하기도 했으나 말들의 건강을 위해 2015년부터는 매년 봄 이 마방목지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있는 제주 마방목지에서 천연기념물 제주마들이 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5일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있는 제주 마방목지에서 천연기념물 제주마들이 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올해도 지난 22일부터 제주마 81마리를 오는 10월 말까지 제주방목지로 옮겨 관리하고 있다. 축산진흥원은 제주마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보존·증식하기 위해 마방목지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기점으로 2개 그룹으로 나눠 방목하고 있다. 방목기간 중 태어난 자마는 11월쯤 생산자단체(축협)의 가축시장에서 공개 경매를 통해 도내 희망농가에 매각할 계획이다.

제주 마방목지에서 한가로이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제주마. 최충일 기자

제주 마방목지에서 한가로이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제주마. 최충일 기자

제주마(馬)는 나무 밑을 지날 정도로 키가 작아 ‘과하마(果下馬)’ 혹은 조랑말로도 불린다. 조랑말은 달릴 때도 수평을 유지하며 달리는 주법인 ‘조로모로’를 뜻하는 몽골어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런 제주마는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한다. 제주도에 설치된 최초의 목장은 몽골이 1276년에 설치했던 탐라목장으로 100년간 운영됐다.

 제주도와 문화재청은 제주마의 순수혈통을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이 추진한 국책사업으로 제주 중산간 지대에 국마장이 설치되기도 했다. 성질이 온순하고 발굽이 강해 다른 말에 비해 질병 저항력이 강한 게 특징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제주마방목지 간판. 최충일 기자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제주마방목지 간판.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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