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문 대통령·이재용 한 배 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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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전년 대비 24% 감소

수출 전선이 위태해질수록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관세청은 22일 "이달 1~20일 수출이 297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326억 달러)보다 8.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눈 앞에 두게 됐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24%나 격감하며 마이너스 수출 행진의 결정타가 됐다. 지난해 전체 수출(6052억 달러)의 20%를 차지하며 수출 효자 노릇을 할 때와는 딴 판이다. 여전히 수출 최대 품목이긴 하지만 반도체 수출이 감소할수록 전체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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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비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바이오와 미래형 자동차 등 3대 산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라며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조만간 육성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이달 말쯤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말쯤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고, 이에 맞춰 삼성전자는 투자 방안을 내놓는 일정을 조율중이다.

이달말 비메모리 투자계획 발표 

문재인 대통령은 비상등이 켜진 수출 전선을 지탱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체 상태인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각각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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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이 현 정부와 삼성전자의 동시 핵심과제로 등장한 걸까. 세계 반도체 시장은 대략 메모리 시장 30%, 비메모리 시장 70%로 분류된다. 이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는 30%로 여겨지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다.

반면 더 큰 비메모리 시장은 미국·중국·대만·일본 등이 주도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흔히 시스템 반도체으로 불린다. PC의 중앙처리장치(CPU)나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등의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업체와, 이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업체로 나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비메모리 반도체중 삼성전자가 당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는 파운드리가 꼽힌다. 이 시장에서는 5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는 대만의 TSMC가 강자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7.4%였던 점유율을 올 1분기에는 19.1%까지 끌어올리며 TSMC를 맹추격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 이달 5나노 공정 개발 성공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달 TSMC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5나노미터((nm)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또 이달 중 반도체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칩을 양산한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파운드리 업계에서 미세공정은 반도체 회로를 더 얇게 설계할 수 있어 칩의 크기는 줄이고 성능은 높일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7나노를 넘어 5나노칩 양산에 성공할 경우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거래선 뚫는 노력 필수"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국내 반도체 업계도 이제는 자율주행차나 5G(세대) 통신 등에서 쓰임이 더 많아질 반도체 설계쪽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비메모리 반도체 중 가장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반도체 설계를 키우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력을 확보하고, 주요 거래선을 뚫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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