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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인듯 아닌듯" 애매한 화장품 광고, 법원 "광고정지 처분 정당"

중앙일보

입력

화장품 이미지. [pixabay]

화장품 이미지. [pixabay]

“FDA(미국 식품의약국) 연구소에서 에이즈 바이러스, 임질 균을 99% 이상 항균 한다는 인증을 받았습니다.”

“항균보호막이 상처로부터의 1차 감염을 예방하고,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감염으로부터 2차 예방을 도와줍니다.”

한 화장품 제조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렸던 광고다. 제조사는 해당 제품을 남성이나 여성의 성기에 바르면 99% 이상 향균 효과가 있다고 광고했다. 서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5월 이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며 광고 3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제조사는 "향균 테스트 결과를 정당하게 홍보한 것인데 왜 허위 광고냐"며 식약처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11부(재판장 박형순)는 12일 "식약처의 3개월 광고업무 정지처분은 정당하다"며 제조사가 낸 소송을 기각했다.

의약품일까 아닐까…"소비자 혼란 주는 화장품 광고는 위법"

우리 법은 화장품과 의약품을 구분해 화장품은 화장품법, 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라 제조ㆍ판매하도록 규정한다. 화장품법상 화장품은 "인체를 깨끗하게 하고 아름답게 해 매력을 더하는 물품으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으로 정의된다.

반면 약사법상 의약품은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을 진단ㆍ치료ㆍ경감ㆍ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으로 규정돼 있다. 화장품법 제13조는 화장품 제조업자가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하지 못하게 한다.

법원은 이 제품 광고 중 "미국 FDA로부터 에이즈 바이러스 및 임질균에 대한 99% 이상의 향균 인증을 받았고,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감염으로부터 2차 예방을 도와준다"고 쓰인 부분을 문제라고 봤다. 광고만 보면 일반 소비자가 마치 이 화장품이 병을 낫게 해주거나 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쓰는 의약품으로 오해하게끔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성병 이외에 신체 여러 가지 균에도 향균 작용이 되느냐",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도 예방할 수 있나"처럼 제품을 마치 치료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듯한 소비자들의 질문이 올라와 있다. 법원은 이처럼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하면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과 보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썼다.

"정당한 테스트 결과"주장에 법원 "FDA 승인도 아냐"

제조회사는 ”향균 테스트 결과를 그대로 기재했을 뿐이다“며 이 광고가 허위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제조사 측이 제출한 증거와 참고자료만으로는 "이 제품이 광고 내용에 부합하는 향균력이나 감염예방력을 실제로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조사 측은 미국 FDA에서 향균 인증을 받았다고 광고했지만 알고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미국 켄터키주의 바이오 사이언스 랩 연구소에서 제품이 아닌 원료의 향균 테스트를 받았을 뿐이었다. 법원은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식약처가 3개월간 제품 광고 업무를 금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제조사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g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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