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요일 오전 8시 서울 상암동 평화의 공원에는 한껏 멋을 낸 반려견이 모였다. 1000마리 남짓 모인 반려견들은 모두 ‘댕댕런’ 마라톤에 참석하는 ‘선수견’들이다.
이날 강형욱 훈련사와 함께하는 반려견 마라톤 ‘댕댕런’이 평화의 공원에서 열렸다.
1살 된 대형견 사모예드 ‘서장군’을 키우는 서지환(28)씨는 “정보를 주고받는 사모예드 단체 카톡방에 댕댕런이 올라와 신청했다”며 “반려견과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처음이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9살 된 작은 반려견 ‘시루’를 키우는 박나래(33)씨는 “작년에 참여한 친구 추천으로 오게 됐다”며 “강아지가 작아 걱정했지만, 막상 와보니 작은 개들도 많아 안심이다”고 말했다. 댕댕런에는 등수를 매기는 선발런과 그렇지 않은 후발런이 나뉘어 있었다. 박씨는 “노견이라 힘들까 봐 천천히 걷는 후발런을 택했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말티즈 ‘바나’와 푸들 ‘우유’를 키우는 터키 출신 딜라야 데리야(29)는 남편 김선태(36)씨와 참여했다. 김씨는 “작년에 이어 강아지와 함께 하는 행사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며 “와이프와 강아지와 함께 천천히 뛰며 좋은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강형욱 훈련사가 대표로 있는 보듬컴퍼니는 2017년부터 반려견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반려견 마라톤 ‘댕댕런’은 올해 두번째다. 이번 댕댕런의 주제는 ‘유기견’이다. 강 훈련사는 “마지막을 유기견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나이 많은 안타까운 노견들이 있다. 어린 강아지나 품종이 있으면 입양이 빨리 되지만 노견은 입양도 안 된다”며 “유기견들이 이런 곳에 보호자들과 와서 달리면 얼마나 좋을지, 가족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한 번씩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개가 함께 뛰는 행사이기에 안전에 관해 엄격했다. 훈련사로 구성된 9명의 댕댕이 보안관이 곳곳에 배치됐다. 반려견이 조금이라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면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규칙도 정해놨다. 실제로 입마개를 착용한 반려견도 일부 보였다. 다른 반려견에게 먹이 주는 행동 금지하기도 했으며 만일을 위해 의료부스도 설치했다.
강 훈련사는 “배설물 잘 줍고, 줄 잘 잡고, 내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에 달려가더라도 먼저 견주끼리 눈으로 소통하는 매너를 지켜달라”라며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시작 깃발을 흔들자 반려견과 견주들이 일제히 달리기를 시작했다. 1등은 5km를 19분 10초 김홍주(39)씨가 차지했다. 4살 된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리버’ 견주인 김씨는 “뛰는 걸 좋아하는 강아지인데 이렇게 함께 뛸 기회가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1등 소감을 말했다.
이어 후발대는 선발대보다 시작부터 느린 걸음으로 출발했다. 유모차에 반려견을 태우고 끌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도중에 지친 개들이 드러누워 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날 행사는 단 한건의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다. 댕댕런은 강형욱 훈련사와 1986 프로덕션이 주최하며 중앙일보가 주관, 더바디샵이 후원했다. 이번 행사 티켓 판매 금액 수익금 일부는 유기견을 위해 기부된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