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은 무기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 士는 도끼를 형상화한 모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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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호 28면

한자 진면목 兵士(병사)

무기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한자가 兵(병)이다. 이 글자의 초기 꼴을 보면 그 모습이 완연하다. 두 손으로 도끼를 들고 있다. 인류사회의 출발 때부터 많이 번졌을 전쟁의 그림자다.

전쟁이라는 국가 존망의 갈림길 #무기 들고 싸우는 군대의 토대 #평화의 시절에도 잊어선 안 돼

각 요소를 떨어뜨려 풀어 보는 파자(破字) 흐름에서 이 글자를 丘(구)와 八(팔)로 지칭하는 경우가 있는데, 초기 글자꼴로 보면 오해(誤解)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구팔(丘八)’은 어엿한 조어로 대접을 받아 이제 ‘전쟁’이라는 의미를 획득했다.

우리에게는 ‘선비’의 새김으로 잘 알려진 士(사)의 초기 꼴 또한 兵(병)과 마찬가지 흐름이다. 남성의 생식기를 지칭했으리라 여겨지는 글자꼴이 있고, 또한 무기에 해당하는 도끼를 형상화한 모습도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로써 이 글자 또한 전투에 나설 수 있는 남성, 또는 그런 군대의 성원이라는 새김을 얻었다고 본다. 더 나아가 왕과 최고위 관리를 뜻하는 경대부(卿大夫) 밑의 계층 사람을 지칭키도 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이른바 ‘사민(四民)’ 신분의 상위 그룹이다.

그래서 병사는 무기를 지니고 전쟁터로 나가는 군대의 일원을 가리킨다. 단지, 계급으로 이르는 경우라면 그 군대의 토대에 해당하는 저변(底邊)의 성원이다. 도보(徒步)라는 단어는 본래 탈 것 없이 걸어 이동하는 병력인데, 그로써 때론 병사 계층을 의미했다.

병법의 대가 손자(孫子)가 규정하는 병(兵)의 개념이 아주 유명하다. “국가의 큰일, 죽느냐 사느냐의 영역, 남느냐 사라지느냐의 갈림길, 그래서 심각하게 다루지 않을 수 없다(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고 한 점이다.

무기를 들고 벌이는 싸움의 종류는 퍽 많다. ‘전쟁’은 대단위 싸움이다. 그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여러 전투의 요소를 포함한 작전은 전역(戰役)으로 옮긴다. 그 밑을 이루는 것이 전투(戰鬪)다. 그 아래로는 교전(交戰)이다.

동양사회의 전통적 지칭도 많다. 칼과 병사의 ‘도병(刀兵)’, 방패와 창의 간과(干戈), 갑옷과 병기 갑병(甲兵), 칼이 머금는 피 혈인(血刃)이 다 전쟁의 지칭이다. 전쟁으로 번지는 병재(兵災)와 병화(兵火), 전쟁의 불길 전화(戰火), 그 참극과 소용돌이 전화(戰禍) 전란(戰亂)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나면 신호로 올리는 밤의 불, 낮의 연기는 봉수(烽燧)다. 그 상황에서 울리는 북소리 봉고(烽鼓)도 있다. 특히 낮에 피워 올리는 연기가 높이 치솟도록 이리의 배설물을 말려 태웠는데, 그 연기가 낭연(狼煙)이며 이들 모두 전쟁의 다른 이름이다. 전쟁이 지닌 심각성 때문에 나온 다양한 호칭이다. 평화의 시절에도 우리는 늘 존망(存亡)의 갈림길, 전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영삼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장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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