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조사팀 "이라크戰은 총체적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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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전후 복구사업이 '부실공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사를 실시한 의회팀과 일부 언론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을 수행한 과정의 허점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를 대표하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부실공사의 현장책임자'로 몰리면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전쟁 전.후가 모두 문제 투성이=미 하원정보위 포터 거스(공화.플로리다)위원장과 제인 허먼(민주.캘리포니아)의원은 4개월간 미 행정부가 이라크전의 명분으로 삼은 19개 항목의 기밀자료를 정밀 검토했다.

결론은 "전쟁의 근거가 희박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8일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거나,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부족한데도 정치인들은 잘못된 주장을 하고 중앙정보국(CIA)은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는 이들의 조사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거스 위원장은 CIA 출신인 데다 공화당이어서 부시 행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9월 29일자)는 전쟁 뒤처리도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이라크의 한 외교관은 "폴 브레머가 이끄는 군정은 생색이나 내며 건방을 떠는 미국인들을 상징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사무실로 쓰는)이라크 대통령궁에 앉아 있는 8백명 중 아랍어를 하는 사람은 17명, 이라크 전문가는 1명뿐일 정도로 비전문가 투성이라는 것이다.

타임 최신호(10월 6일자)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를 오판했고 ▶속전속결로만 밀어붙여 후유증을 남겼으며▶이라크의 실정을 제대로 모른 채 중구난방으로 일관했고▶이라크 주민들이 미국을 환영할 것으로 잘못 생각한 점 등을 구체적 오류로 꼽았다.

◇"럼즈펠드 물러가라"=뉴스위크는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이라크에 배치될 전문가들 중에서 상당수를 아랍권에 호의적이라는 이유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구호활동을 벌일 의료진도 (공화당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태 반대론자들만을 선발토록 지시하는 등 사사건건 간섭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국방부 인사들을 "하루종일 거꾸로 매달려 사느라 세상을 제대로 못보는 박쥐"라고 비판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럼즈펠드에게 화살을 집중하고 있다.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28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거짓에 근거한 이라크전 개전 및 결과에 책임지고 럼즈펠드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물러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사령관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무엇보다 럼즈펠드를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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