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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정부가 돈 풀어도 경기둔화 막기엔 역부족…성장률 전망 2.5%로 또 낮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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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올해 470조원의 ‘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여기에 ‘6조원+α’ 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공격적인 돈 풀기에도 경기 둔화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이다.

수출ㆍ투자ㆍ소비 둔화 속에 #각종 경제 지표 빨간불 켜지고 #대내외 기관의 경기 우려까지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 낮추며 #기준금리 인하 쪽 문도 연 셈 #

안팎에서 울리는 경고음에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췄다. 기준금리는 연 1.75%로 동결했다. 한은은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렇게 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선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선 긋기에도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금리인하 쪽으로도 문을 살짝 열어둔 것으로 풀이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며 통화정책 대응(금리인하)을 논의할 명분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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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내놓은 전망치(2.6%)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1년 전(2.9%)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7월 이후 네 차례 연속 낮아졌다.

 한은은 “소비 증가세가 주춤하고 설비ㆍ건설투자의 조정과 수출 증가세 둔화가 지속하며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소비와 투자·수출 어느 하나 좋은 구석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오는 25일 발표될 올해 1분기 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컸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1분기 수치를 점검한 결과 수출과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전 분기 대비)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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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경제 지표는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2월까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기간 동반 하락이다.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도 힘이 빠지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부진으로 지난달까지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2~3월에는 수출 물량 감소와 단가 하락이 함께 나타났다.

 경제 성장의 출발점인 투자는 더 좋지 않다. 반도체 부문의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지난 2월까지 설비투자 증가율은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도 침체의 기운이 역력하다. 건설투자의 동행지표인 건설기성(-7.6%)과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건설수주액(-26.6%) 증가율은 지난 2월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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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도 위축됐다. 지난 2월 소매판매액 지수 증가율은 전달보다 0.5%, 1년 전보다 2% 감소했다. 지난달 소비자 소비심리지수는 전달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비관적인 수준이다.

 가계 등의 수요 감소는 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54%였다. 통계를 작성한 65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1.1%로 예상했다. 지난 1월 전망치(1.4%)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기댈 곳은 정부의 지갑밖에 없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7조원 이하면 성장률 제고 효과가 0.13~0.15%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하거나 기획재정부가 소규모 추경으로 대응하다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 심한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선제적인 금리인하와 최소 10조원의 추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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