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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나와 길거리 피자사업…‘포브스 30인’ 된 29세 사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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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피자 임재원 대표가 3년을 함께한 푸드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 대표는 최근 미국 포브스의 ‘아시아의 30세 이하 리더 30인 ’에 선정됐다.

고피자 임재원 대표가 3년을 함께한 푸드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 대표는 최근 미국 포브스의 ‘아시아의 30세 이하 리더 30인 ’에 선정됐다.

싱가포르 경영대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공학과는 동떨어진 광고회사에 입사해 카피라이터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갑자기 레드오션으로 꼽히던 피자 산업에, 그것도 좁은 트럭에서 피자를 굽는 ‘푸드 트럭’을 창업했다. 연 2조원에 달하던 피자 시장이 1조5000억원대로 쪼그라든 2015년의 일이다. 하지만 그의 피자가게는 빠르게 성장해 이미 매장만 30개를 웃돌고, 연말까지는 70~8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바로 고피자(GOPIZZA) 임재원(29) 대표의 얘기다.

4년새 30개 매장 고피자 임재원 대표 #“피자를 햄버거처럼 먹을 수 없나” #싸고 금방 만드는 1인용 제품 고안 #초벌 도우, 전용오븐 개발 차별화 #미국 기업이 장악한 인도 진출 꿈

임 대표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포브스지가 꼽은 ‘아시아의 30세 이하 리더 30인(30/30 Asia 2019)’에 뽑혔다. 걸그룹 블랙핑크와 축구 스타 이강인 선수도 포함됐다. 서울 상수동 고피자 본사에서 지난 9일 임 대표를 만났다.

왜 피자인가.
“2015년 2월의 일이다. 야근하다 ‘피자가 먹고 싶은데 커서, 비싸서, 오래 기다려야 해서 못 먹는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인용 피자에 도전했다.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되지지란 생각으로 직관적인 액션이 들어갔으면 해서 ‘고(GO)’를 붙였다.”
피자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었는데.
“생각이 달랐다. 피자 시장이 줄어든 건 소비자가 싫어해서가 아니라 먹기에 불편해서라고 생각했다.”
피자를 만들 줄은 알았나.
“전혀. 피자 학원을 몇 달 다녔다. 평일엔 회사 다니고 주말마다 피자를 구웠다. 6개월은 죄다 ‘못 먹는 피자’였다. 그해 말 인사동의 한식당 한 켠을 빌려 300만원 짜리 화덕을 들여놨다. 조금씩 괜찮은 피자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한 프랜차이즈 피자집 알바를 했다. 프랜차이즈 피자집의 문제도 발견했다.”
어떤 문제였나
“처음부터 피자 도우(반죽) 펴는 일을 시켰다. 계속 구멍 나고 실패작인데도 그대로 팔더라. 또 매장이 264㎡(약 80평)이었는데 절반이 주방이었다. 임대료, 인건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많아야 하루 200만~300만원 어치를 파는데, 재료는 전쟁 군수품처럼 쌓아두더라.”
고피자는 기존 피자점과 뭐가 다른가.
“우선 주방 크기가 작다. ‘적은 인원’으로 ‘좁은 공간’에서 빨리 만들 수 있게 ‘풀 프루프(Fool Proof·바보가 와도 실수할 여지가 없도록 한 것)’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매장에서 도우를 만들 일 없이 공장에서 초벌 구이가 된 완성품 도우를 생산해 보냈다. 2017년엔 피자 굽기에 최적화된 자동 화덕인 ‘고오븐(Goven)’을 개발·특허출원했다. 크기도 30%에 불과하고, 가스 사용량도 절반에 그친다. 생산성을 극대화해 초벌 도우에 토핑을 올리고 고오븐에 넣으면 3분 만에 피자 6개가 나온다.”
재고 관리는 어떻게 하나.
“재고 관리하는 게 별로 없다. 그날 그날 소진한 걸 아침에 채워 넣는 걸 기본으로 한다. 초벌 도우 덕이다.”
고비는 없었나.
“투자자와 직원을 잘못 만나 고생했다. 창업 후 지난해 7월까지 3년간 월급을 받은 적도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화덕 만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3년간 돈 한 푼 벌지 못한 그였지만,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0억원을 투자받았다. 올해 매출 목표는 70억원. 영업이익률 10%가 목표다. 그의 다음 꿈은 해외 진출이다. 특히 빠르게 성장 중인 인도가 목표다. 인도 피자 시장 규모는 연 6조원 대. 해마다 25%씩 성장중이지만 미국의 한 피자 브랜드가 독식하고 있다.

글·사진=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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