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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장관서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장 된 김상곤, 특혜 채용?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장으로 임명된 김상곤(70) 전 교육부 장관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블라인드 채용인데 '무상급식' 등 본인의 업적을 적은 서류를 내고 면접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이사장까지 임명됐다는 주장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이사장이 아닌 이사 채용이었고 채용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16일 경기도교육청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실 등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지난 1월 22일 이사 공개 채용 공고를 냈다.

이사 공모에 응시, 지난달 1일 임명 후 이사장 추대 #채용 과정엔 문제 없다지만…이재정 교육감 발언 논란 #이사 임명 전부터 "김상곤 이사장으로 모시겠다" 공언 #교육청 "공모 응시 부탁 요청했다는 것이 와전된 것" 해명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오른쪽) [연합뉴스]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오른쪽) [연합뉴스]

여기엔 김 전 장관을 비롯해 4명이 지원했다. 서류 심사 결과 김 전 장관은 98.2점으로 1등을, A씨가 92.2%로 2등을 했다. 다른 응시자도 8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았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운영 규정상 면접 심사 자격(80점 이상)을 얻었지만, 면접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결과에 따라 김 전 장관과 A씨는 3월 1일 이사로 임명됐다. 김 전 장관은 4일 뒤 열린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전임 이사장이 KBS 이사장에 선출되면서 6개월째 공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곽 의원은 "응시자들이 모두 서류심사에서 80점을 넘겨 면접 심사 자격을 얻었는데도 2월 8일 열린 후보자 추천위원회 회의에서 면접을 생략하자고 결정했다"며 "심지어 김 전 장관은 지원서류에 자신의 경력을 상세하게 적어서 사실상 자신이 누군지 알렸다. 사실상 김 전 장관으로 내정자를 결정하고 공고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발언도 문제가 됐다. 이 교육감은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김 전 장관이 교육연구원 이사장으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돼 선임절차를 밟는다고 들었다"며 "김상곤 전 장관을 직접 만나서 요청하고 본인의 내락(비공식적으로 승낙함)을 받은 뒤 인선위원회 추천을 받아 선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김 전 장관도)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전경. [뉴스1]

경기도교육청 전경. [뉴스1]

경기도교육연구원 측은 '특혜 채용'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절차와 규정에 따른 합법적인 채용이라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 관계자는 "면접 심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외부의원 4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그 전 이사 채용 때도 면접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이사를 채용했었다"고 말했다. 지방 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 지침에도 면접전형 실시는 임원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김 전 교육감이 지원 서류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교육청' 등을 경력으로 쓰고 업적으로 '혁신학교, 무상 급식. 학생 인권, 고교 평준화' 등을 적은 점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의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보면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 등에 응모자의 출신 지역, 가족 관계, 신체 조건, 학력 등만 작성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연구원 관계자는 "경력이나 업적을 확인하지 않고 이사를 채용할 수 있느냐"며 "채용 절차 등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사장 내정 논란을 일으킨 이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경기 교육 발전을 위해 김 전 장관에게 공모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미지 이사장으로 내정했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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